“한국, FTA 글로벌 허브로 키워야”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 취임 6개월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

“3M파업, 외국기업 한국진출 악영향
투쟁적 노조, 결국 근로자 손해
의료 규제 없애면 국가이익 커”

“일자리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는 선진적인 노사문화가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노조의 과격한 투쟁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24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69)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투쟁적 노사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사공 회장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아, 자신들의 일자리를 다른 나라로 떠나보내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내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 무역 환경 개선에 앞장선 것을 높이 평가했다. 사공 회장은 “한국을 세계 FTA의 허브로 키우기 위해 한미 FTA 비준 및 한일 FTA 체결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 및 교육 분야 규제를 타파해 서비스 분야 수출 경쟁력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노사문제가 해결돼야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지켜나갈 수가 있다고 했는데, 최근 한국3M 파업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한국3M은 매우 상징적인 회사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가운데 성공적으로 국내에 안착한 대표적인 회사로, 특히 노사 화합의 상생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파업은 향후 한국 진출을 검토하던 다른 외국 기업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안타깝다. 한 기업이 외국 진출을 검토할 때는 해당 지역에 진출했던 다른 외국 기업들의 사례를 모두 살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파업이 한국에 줄 직·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들어온 기업이 떠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들어오려고 한 기업들이 안 들어오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더 큰 문제다.”

한국3M은 노조가 없는 노사화합의 대표적인 회사로 1977년 한국 진출 이래 32년간 노사분규가 없던 회사였다. 하지만 올해 5월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지부에 가입했으며, 현재 전면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그렇다면 대립적 노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보다 노조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 외국 기업도 한국에 안 오고 우리 기업도 밖으로 나가버린다면 일자리가 어떻게 생기겠는가. 결국 근로자들이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노사 문제는 불법적인 행위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등 법 지키기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 지키기만 제대로 해도 노사문제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역 역량을 강조했는데….

“이번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잘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요국과 잇단 무역협정에 성공한 것은 참 돋보이는 성과다. 한국은 한때 오징어가 5대 수출 품목의 하나였을 정도로 못살던 나라다. 그랬던 우리가 오늘날 이만큼 잘살게 된 것은 다 무역 때문이다. 앞으로의 정답도 무역밖에 없다. 특히 EU, 인도에 이어 미국, 일본과도 무역협정을 성사시키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주요 경제국과 무역협정을 맺는 나라가 된다.”

―서비스 부문 수출 전략을 강조했는데….

“수출 범위를 서비스로까지 광범위하게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의료와 교육 서비스 분야 수준이 매우 높다. 이 분야에서 아주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우리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메디컬센터 같은 일류 병원들과 협력해서 병원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에서 먼저 우리를 찾아오지 않겠는가. 의료 분야 규제만 열려도 굉장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역협회장으로 역점을 둘 분야는….

“취임 후 6개월간 현장 간담회를 통해 무역업계의 애로점 파악에 노력했다. 올 상반기에 460여 건의 건의를 받아 이 중 180여 건을 해결했다. 그리고 ‘119무역지원단’을 만들어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협의 존재 이유는 무역업계와 무역인들이 교역에 힘쓰도록 불편한 점을 없애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주요 20개국(G20) 기획조정위원장직도 함께 맡고 있는 만큼 안팎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뛸 생각이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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