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는 온 가족이 도와준 덕분”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2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는 부부가 함께 단상에 올라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기까지 같이 고생한 배우자의 공을 고려한 오명 총장의 아이디어다. 김재명  기자
2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는 부부가 함께 단상에 올라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기까지 같이 고생한 배우자의 공을 고려한 오명 총장의 아이디어다. 김재명 기자
오명 건국대 총장, 학위수여식 단상에 가족 불러 격려

“여보, 고생 많았어.”

나이 서른다섯에 느닷없이 공부를 해야겠다며 늦깎이 대학생이 된 지 14년. 경영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학사 및 석사학위에 이어 경영학박사까지 따낸 전기수 씨(49)는 “박사학위의 99%는 아내의 것”이라며 부인 임종자 씨(44)의 어깨를 두드렸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아이 입시 뒷바라지부터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해준 아내에게 “앞으로 호강시켜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2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2009년 후기 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박사학위자 58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총장이 직접 학위서를 건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단상 위에 가족이 함께 오른다는 것. 오명 총장은 박사학위 수여자와 가족들에게 “수고했습니다”라며 일일이 격려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이날 박사학위 수여식 단상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부모나 형제자매, 나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오른 이가 눈에 띄었다. 6년 반 동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공부한 끝에 학위를 따낸 김명운 씨(46)는 14세 아들 현건 군과 함께 단상에 올라 학위서를 받았다. 현건 군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주지 못한 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건국대의 특별한 학위수여식은 2006년 9월 오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 오 총장은 “아내의 도움으로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 달에 50달러짜리 반지하방에서 살면서 두 아이를 낳아 키웠어요. 산후조리를 못해 둘째 아이를 낳고는 건강에 이상이 왔지만 아내는 묵묵히 견디고 내 공부를 도왔습니다.” 오 총장은 박사학위 논문 표지에도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오 총장은 “좋은 배우자가 없이는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고된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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