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투석 ‘고통’은 빼고… ‘희망’은 채우고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혈액투석 때문에 여행을 가기 힘들었던 만성신부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제주 나들이에 나섰다. 25일 제주도에 도착한 혈액투석 환자들과 가족 9쌍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혈액투석 때문에 여행을 가기 힘들었던 만성신부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제주 나들이에 나섰다. 25일 제주도에 도착한 혈액투석 환자들과 가족 9쌍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환자-가족 9쌍 제주 나들이
“간병 어머니에 귀한 선물”

만성신부전 등을 앓고 있는 혈액투석 환자들이 집과 병원을 오가는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감행했다. 25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와 한화리조트(대표 홍원기) 초청으로 제주를 찾은 조우희 씨(60·인천 남구 주안동) 등 9명이 주인공. 이들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한 투병 관련 사연 공모에서 뽑힌 사람들로 이번 여행에 어머니나 부인 등 보호자와 동행했다.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은 아내와 함께 온 조 씨는 “한라산 등산이 힘들겠지만 기분이라도 내고 싶어서 복장만큼은 등산복으로 정했다”며 “아내와 함께 새로운 의욕과 활기를 얻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 시흥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제주를 찾은 구일모 씨(34)도 “신장이식을 받았으나 거부반응이 생겨 또다시 투석을 받고 있다”며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에게 귀한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9일까지 제주의 자연에 흠뻑 젖으며 유명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과 성산일출봉을 탐방하고 마라도, 녹차박물관, 한림공원 등에서도 추억을 만든다.

이들의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 것은 제주에 만성신부전 환자 등을 위한 투석 공간이 따로 마련됐기 때문. 서귀포시 신효동에 있는 ‘제주 라파의 집’이 이들의 숙소이자 투석치료실이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07년 개설한 이곳에는 투석기 25대가 설치돼 하루 100여 명의 혈액투석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다. 이번 제주 여행에 참가한 환자들도 이곳에서 두 차례에 걸쳐 4시간씩 투석치료를 받는다.

전병찬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원무국장은 “포기와 좌절이 투병에서 가장 위험하다”며 “희망을 다지며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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