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하지원이 여성 복서로 등장하는 영화 ‘1번가의 기적’의 실제 모델인 김주희(23·거인체육관)는 한국 여자 프로복싱의 간판스타다. 그가 3개 복싱기구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김주희는 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파프라탄 룩사이콩(20·태국)과의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라이트플라이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4라운드 TKO로 이겼다. 국제여자복싱협회(IFBA)와 세계복싱협회(WBA) 챔피언을 지냈던 김주희는 이로써 5개 기구 챔피언을 경험한 최초의 여성 복서가 됐다. 그는 2004년 IFBA 챔피언이 됐지만 발가락 골수염으로 2007년 타이틀을 반납했다. WBA 타이틀도 방어전 스폰서를 제때 구하지 못해 올 6월 반납했다.
김주희는 지난해 6월 WI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 승리 이후 1년 3개월 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강했다. 빠른 발과 정확한 안면 공격으로 승리를 낚았다. 탐색전으로 1라운드를 마친 뒤 2라운드 들어 파프라탄의 얼굴에 주먹을 몇 차례 적중시켰다. 3라운드에서는 연타 공격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4라운드에서도 그의 공격은 계속됐다. 김주희의 주먹을 피해 뒷걸음질치던 파프라탄이 휘청거리자 주심은 4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기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김주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사업 실패의 충격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체육관을 찾으면서 권투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주변에서 프로 데뷔를 권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00년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다. 이듬해 프로에 데뷔해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주희는 운동을 하면서도 병상에 있는 아버지 수발까지 직접 챙긴 효녀 복서다. 많지 않은 대전료를 쪼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해 왔다. 이 같은 고운 마음씨를 높이 산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은 2월 그에게 촛불상을 수여했다.
김주희는 “챔피언 벨트를 많이 따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이제는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1년 6월 프로에 데뷔한 그의 통산 전적은 13승(6KO) 1무 1패가 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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