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열린 성균관대 학위수여식에서 72세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심상철 씨는 백발이 성성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이제 갓 대학 문을 나서는 여느 20대 젊은이보다 패기에 넘친다.
4일 만난 심 씨는 “고령에 공부하는 데 애로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렇게 늙었느냐”며 “요즘은 의학이 좋아져서 지금부터 남은 인생도 수십 년”이라며 웃었다.
성균관대의 최고령 학생으로 학내 유명 인사였던 심 씨는 이미 입학 전부터 ‘독특한 기부’로 주목을 받았다. 심 씨는 자신과 부인 강성옥 씨(62) 명의로 된 종신연금보험 200만 캐나다달러(약 22억 원) 중 100만 캐나다달러의 보험증서를 2006년 1월 성균관대에 기부했다. 이후 그는 큰아들이 물려받기를 고사한 20만 캐나다달러를 더 기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학교 통합사회복지센터 건립기금으로 1300만 원을 쾌척했다.
심 씨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학교와 나라에 대한 보답”이라며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일하면서 기부할 만큼의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다른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심 씨는 성균관대 약학과 56학번으로 고학을 했다. 대학 재학 중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자신과 열 살 터울 동생들의 학비를 벌며 학교를 다닌 것. 그는 결혼한 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운영하던 약국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주해 슈퍼마켓과 세탁소를 운영했다. 하루 4시간 이상 눈을 붙여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바쁘게 살던 부부가 한국에서의 대학 입학을 결심한 것은 2006년. ‘나이도 들었으니 이제 쉬면서 여행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북미대륙 횡단 계획을 짰다가 ‘아직 늙은 게 아닌데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쓰자’며 무엇인가 배우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동안 양로원 등에 봉사를 다니면서도 늘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기분이었습니다. 모국인 한국에서 사회복지를 학문으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7년 봄학기에 입학해 교수들과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공부한 지 5학기 만에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 뒤 90대 노모가 계신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려 했으나 국내에서 새로운 꿈을 펴기로 했다. 그리고 성균관대는 심 씨를 통합사회복지센터 건립 추진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그는 통합사회복지센터를 노인들과 장애우를 위한 복지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더는 태울 초가 없다고 불을 꺼뜨려버리는 노인이 많은데 불만 붙이면 초는 한참 더 타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꿈을 가져야 합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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