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역대 16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년마다 열리는 기능올림픽은 연구개발 성과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숙련기술과 일부 서비스업의 세련미를 겨루는 종합대회. 한국의 경우 1960∼80년대에는 수상자들을 위해 서울 도심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고 지나친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생긴 기능 경시 풍조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최근 기능경시 풍조 딛고 금형-밀링 등 세계정상 과시
한때 카퍼레이드 벌였는데… 선진국 집중양성과 대조적
○ 밀링 등 40개 종목 출전
이번 대회는 독일 스위스 영국 등 선진국들이 기능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해 과거보다 경쟁이 한층 치열했다. 실제로 모바일 로보틱스 종목에서는 1, 2차 과제에서 한국이 앞도적인 점수 차로 1위를 하자 일본 등 경쟁국들이 “선수들이 사용한 기계에 결함이 있어 제대로 제작할 수 없었다”며 집단 항의를 벌였다. 대회 조직위는 결국 1, 2차 과제에 대해 전 선수단에 만점을 주고 3, 4차 과제만으로 승부를 벌이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 종목에서 한국은 일본과 공동 우승했다.
유재섭 선수단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선진국들은 과거와 달리 제조업 육성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기능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회 우승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으로 그동안 소홀히 취급해 온 기능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보석처럼 빛난 수상
귀금속공예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윤태식 씨(20)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혼자 남은 저를 키워준 할머니께 모든 기쁨을 돌리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 씨는 “어린시절 할머니 속을 참 많이 썩였다”며 “귀국하면 할머니를 위해 액세서리를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한 윤 씨는 현재 이 학교가 만든 학교기업인 ‘SN 쥬얼리’에서 일하고 있다.
공군교육사령부에서 하사로 복무 중인 허영환 씨(19)는 1979년 25회 아일랜드대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업전자기기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 주위를 놀라게 했다. 허 씨는 “공업전자기기 분야는 일본 대만 영국 등이 워낙 강세라 그동안 금메달을 따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부대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줘 수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공업전자기기 종목은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각종 전자계측장비와 전자제어장비 등에 대한 이론을 토대로 기판을 설계하고 고장을 수리하는 종목. 올해 공군항공과학고를 졸업한 허 씨는 “대학에서 관련 분야 학문을 배울 수 있으면 더 높은 수준의 기술 연마가 가능할 텐데 대학에서 전문계 고교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의상디자인 종목에 출전한 전진화 씨(20·여)는 최근 대회를 앞두고 앓은 신경성 장염으로 아쉽게 동메달에 그쳐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전 씨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 아픔을 참고 연습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캘거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기능올림픽 수상자 명단
▽금메달=이준하(CNC 밀링), 조재우(CNC 선반), 이연호(금형), 최원석(자동차차체수리), 공금석(실내장식), 허영환(공업전자기기), 박성훈(요리), 이태진(조적), 윤태식(귀금속공예), 김정구(타일), 황태영 김형준 임중순(통합제조), 최문석 김원영(모바일 로보틱스), 김준영(철골구조물)
▽은메달=정태양(판금), 김성원(배관), 이희봉(자동차페인팅), 이동석(컴퓨터정보통신), 함경효(석공예)
▽동메달=김용찬(자동차정비), 양광현 이성범(메카트로닉스), 전진화(의상디자인), 이동규(웹디자인), 신나리(제과)
▽우수상=정운도(용접), 김호겸(동력제어), 정광삼(옥내제어), 이상기(정보기술), 서원택(화훼장식), 김태민(가구), 이아름(장식미술), 차영석(냉동기술), 홍진경(그래픽디자인), 김봉호(목공), 박하늘(헤어디자인), 박청운(레스토랑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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