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탑훈장 목에 건 ‘금메달 제조기’

‘36년 기능인생’ 정희태 삼성테크윈 차장
10여년 고교서 학생 지도
기능올림픽 출전 제자들
3차례 모두 금메달 획득

“남들이 금메달 제조기라고 하던데요.”

10여 년간 후진 양성에 힘써온 한 기능인이 산업훈장을 받았다. 노동부는 9일 열린 ‘2009 직업능력의 달 기념식’에서 정희태 삼성테크윈 차장(52·사진)이 근로자로서는 역대 최고 단계인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차장의 기능 인생은 16세 어린 나이에 시작됐다.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중학교 졸업 이듬해인 1974년 당시 금성사(현 LG전자) 사내직업훈련원에 들어가 금형기술 분야를 배우기 시작한 것. 1981년 모범근로청소년으로 당시 문화교육부 장관표창을 받을 정도로 성실했던 정 차장은 두원중공업을 거쳐 1982년부터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 재직 중 고등학교에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다.

정 차장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것은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스테인리스강 재질의 휴대전화 외장재. 스테인리스강 휴대전화에서 볼 수 있는 가느다란 스크래치 무늬가 정 차장이 개발한 기계로 제작된 것이다. “휴대전화 두께가 얇아지면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 외장재를 사용하게 됐지만 무늬가 밋밋해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나지 않았죠. 기존 설비로는 만들 수가 없어 3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결국 전용 설비를 만들어 냈습니다.”

정 차장은 1997년부터 후진 양성을 위해 충북공고, 김포공고, 성동기계공고, 경남항공고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역대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선수(기계조립, 정밀기계 분야) 상당수도 직접 지도했다. 1997년 스위스 장크트갈렌 대회, 1999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2001년 서울 대회 때는 그가 지도한 출전 선수들이 모두 금메달을 따 ‘금메달 제조기’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로 정 차장은 2001년 노동부에서 기계분야 생산기계명장으로 선정됐다. 정 차장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됐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여기고 후진 양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21년간 직업능력개발교육훈련소를 운영해온 최수명 경북직업전문학교장(49)이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또 최팔식 신라공업 대표이사(57)와 이성호 포스코 혁신지원그룹 과장이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5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최 대표는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동참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과장은 1995년부터 포스코에서 기계분야 직무훈련 업무를 맡으면서 회사의 기술력 향상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