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파산신청 주춤… 경기 회복국면”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우드콕 메인주 연방지법원장 ‘기업도산 심포지엄’ 참석위해 방한

“지난 1년 동안 잇따랐던 미국 기업의 파산 신청이 최근 들어 그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가 극단의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대법원이 주최하는 ‘제1회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존 우드콕 미국 메인 주 연방지법원장(60·사진)은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선고 이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자율 하향조정 등 정부의 각종 자구책이 잇따르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며 “하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이 예전처럼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기업회생절차에 해당하는 미국의 파산보호제도는 기업들에 유리한 편이다. 한국은 법정관리 개시 절차가 까다롭지만 미국은 기업이 신청만 하면 즉시 절차가 개시된다. 기업 경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해서 기업이 당장 망할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은 드물다.

우드콕 법원장은 “미국의 법정관리는 ‘실패에 기회를 주는 제도’로,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도를 내고도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해 빚을 탕감하려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드콕 법원장은 “미국의 최근 한 조사 결과 전체 파산 신청의 0.5% 정도만이 허위(fraud)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허위 파산 신청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와 검사를 거쳐 올해 1월 임기 7년의 연방지법원장으로 선임된 우드콕 법원장은 숙모가 6·25전쟁 당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이다. 그는 “한국인 숙모와 사촌들은 지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헌신적”이라며 “한국에서 만난 법조인들에게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5, 26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업도산절차의 국제적 동향’이라는 주제로 ‘제1회 국제법률심포지엄’을 연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대형 다국적 기업의 도산 여파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기업 도산사건의 국제적인 통일 규범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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