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학]<3>‘마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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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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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중앙대에서 마음연구회 회원들이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박충식 영동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정창호 고려대 사범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용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최호영 고려대 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허현규 한신대 강사, 앞줄 오른쪽부터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 이옥희 오주중학교 교사, 이영의 강원대 HK교수, 조종화 동덕여대 철학과 연구교수, 김효은 숭실대 철학과 전임연구원. 이새샘 기자
26일 오후 중앙대에서 마음연구회 회원들이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박충식 영동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정창호 고려대 사범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용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최호영 고려대 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허현규 한신대 강사, 앞줄 오른쪽부터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 이옥희 오주중학교 교사, 이영의 강원대 HK교수, 조종화 동덕여대 철학과 연구교수, 김효은 숭실대 철학과 전임연구원. 이새샘 기자
“禮교육 프로그램
컴퓨터로 효용 증명
전통사상 현대화”
“철학-심리학-인지과학 등 마음 다루는 학문간 소통”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을 전공한다는 분이 저보다 유교에 대해 잘 알고 애정도 많더라고요. 같이 이야기하면서 ‘뭔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박충식 영동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알게 된 건 1997년 봄이었다. 유교정신의 현대화 방안을 연구해오던 유 교수와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박 교수는 2001년 함께 논문 ‘성리학적 심성 모델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유교 예(禮) 교육 방법의 효용성 분석’을 발표하면서 공동 연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2007년 ‘마음연구회’가 생겼다. 유 교수는 “퇴계 이황의 심학(心學) 같은 우리 전통사상과 인지과학, 공학 등 서양학문을 접목해 세계에도 통용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현대에 되살려보는 것이 목표”라며 “이 과정에서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등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들 간에 용어의 차이와 인간에 대한 시각차 때문에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교의 예 교육 방식을 이용한 도덕 교육 프로그램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적용해 효용을 증명하는 식으로 전통사상의 현대화를 연구한다.
현재 서양철학, 동양철학, 인지과학, 교육학, 전산언어, 인공지능 등 공학과 인문학을 망라하는 학자 15명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인다. 모임의 주제에 따라 참석자 수는 달라진다.
26일 오후 4시엔 중앙대 대학원 강의실에서 모임이 열렸다. 주제는 ‘티베트 불교, 그 과거와 현재’. 티베트·인도불교를 전공하는 이용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1시간 동안 티베트불교의 역사, 동아시아 불교와의 차이를 강의했다. 최근 티베트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도 곁들였다.
“티베트불교는 마음과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요. 수행방식이 과격해도 마음이 청정하다면 괜찮다는 겁니다.” “그럼 마음만 닦으면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예를 들어 불의를 보고도 나서지 않는다든가….” “그건 아니죠. 티베트불교도 자비심을 근본으로 하니까요. 옛 고승들도 불의를 보면 행동에 나섰거든요.” “그 점은 유교의 이상적인 인간형과 비슷하네요.”
강의 뒤 토론에서는 티베트불교에서 본 마음과 행동의 관계, 한국 선불교와 티베트불교의 수행방식 차이 등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이처럼 매달 회원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전공으로 본 마음의 개념이나 연구 현황을 소개하기도 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도 한다.
모임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도 토론이 계속됐다. “마음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불교에서는 상상 속에 있다고 본다” “명나라 때는 남의 물건을 만지면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은 손에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플라톤은 인간이 내쉬고 마시는 숨결 속에 있다고 말했다”는 다양한 답이 나왔다. 박 교수가 “마음에 따른 몸의 반응이 뇌에서 일어난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하자, 곧 “공학계통이라 기계적으로 설명한다”는 농담 섞인 지적이 튀어나왔다.
이날 모인 학자 중에는 강원 충남 등 지방에서 온 이들도 있었지만 오후 10시가 가까워지도록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모이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박 교수가 답했다.
“마음의 형성과정이나 작동방식에 대한 답은 동서양 학문 중 한쪽, 또는 인문학·공학 어느 한 분야만 연구해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걸 회원 모두가 깨달았어요. 모임에서 모르는 분야에 ‘무식한 질문’을 던지며 배우고 또 배워야 겨우 갈증이 해소되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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