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작가 귄터 그라스 “현대사회 부조리 알고도 왜 비판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노벨문학상 ‘양철북’ 발간 50주년 맞은 獨작가 귄터 그라스

‘양철북’(1959년)의 저자 귄터 그라스 씨가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가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뉴스
‘양철북’(1959년)의 저자 귄터 그라스 씨가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가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뉴스
“현대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비판할 기회도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비판할 것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습니까.”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독일의 지식인인 귄터 그라스 씨(82)는 현 시대의 박약한 비판 정신을 지적했다.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양철북’의 발간 50주년을 기념해 16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서다. 이날 여든두 번째 생일을 맞은 귄터 그라스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1959년 발간된 양철북의 주인공은 세 살 때 신체적 성장이 멈춘 오스카다. 저자는 “젊었을 때부터 오스카처럼 타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비판하며 행동했다”고 말했다. 복도까지 꽉 채운 100여 명의 청중은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그라스 씨는 “양철북을 쓰던 1950년대는 시를 팔아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며 “그 어둠의 시기에 대해 저항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철북’ 이후 그만 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질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상관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양철북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쓸 때 양철북같이 써야겠다는 의식도 하지 않는다. 욕심 때문에 하얀 종이를 검은 잉크로 더럽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쓸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번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나온 것에 대해 “우리를 성찰할 기회를 갖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일 언론은 중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중국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을 많이 비판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왜 그러지 않습니까. 부정부패와 비리 등 독일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사람들이 깊게 인식했으면 합니다.”

2006년 자서전 ‘양파껍질을 벗기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에 복무한 사실을 고백한 이후 양철북 속 이야기가 친위대 시절에 대한 고백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이 있었다. 그는 “고백?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친위대가 어떤 단체인지 몰랐고, 먹고살기 위해 입대했다”며 “당시가 얼마나 힘든 시대였고 얼마나 무서운 시기였음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부로 평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프랑크푸르트=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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