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美입국기록’ 한국 대학생인턴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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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WEST참여 금교혁씨 발견… “독립운동사 연구 단서”
헤이그특사인 이상설-이위종 선생 뉴욕 입항기록도

도산 안창호 선생과 1907년 6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이 파견한 3인의 특사 가운데 현지에서 순국한 이준 열사를 제외한 이상설, 이위종 선생 등 주요 독립운동가의 미국 뉴욕 항 입항 기록이 처음 발견됐다. 주뉴욕 총영사관은 21일(현지 시간) 엘리스아일랜드 재단의 스티븐 브리겐티 이사장으로부터 주요 독립운동가 7명을 포함한 100여 명의 한국인 뉴욕 입국 기록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엘리스아일랜드는 뉴욕 항 ‘자유의 여신상’ 옆에 있는 작은 섬으로 미국 이민 초기 배편으로 입국하는 이민자들이 머물며 입국 심사를 받았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엘리스아일랜드 재단은 1892년 이후 뉴욕 엘리스아일랜드를 거쳐 입국한 2500만 명의 이민자 기록을 관리하는 재단이다.

입국 기록에 따르면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전후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은 영국에서 출발한 ‘칼레도니아호’ 편으로 1911년 9월 3일 뉴욕 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당시 미국의 입국 심사관은 필기체로 서류에 ‘국적 코리아, 나이 33세, 직업 스쿨 매니저(학교 운영자), 키 5피트 9인치’라고 적었다.
엘리스아일랜드 재단의 스티븐 브리겐티 이사장이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주요 독립운동가들의 미국 뉴욕 항 입항 기록을 주뉴욕 총영사관 측에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병선 영사, 브리겐티 이사장, 주낙영 부총영사, 기록을 발견한 금교혁 씨. 사진 제공 뉴욕총영사관
엘리스아일랜드 재단의 스티븐 브리겐티 이사장이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주요 독립운동가들의 미국 뉴욕 항 입항 기록을 주뉴욕 총영사관 측에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병선 영사, 브리겐티 이사장, 주낙영 부총영사, 기록을 발견한 금교혁 씨. 사진 제공 뉴욕총영사관

또 이상설, 이위종 선생은 1907년 8월 1일 ‘머제스틱호’를 타고 뉴욕 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준 열사가 현지에서 분사(憤死)함에 따라 나머지 두 분만 뉴욕 항을 통해 입국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입국 기록에는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문필활동을 펼쳤던 홍언(리처드 홍·1922년 8월 3일 타이비베스 편) 선생, 임시정부 구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송헌주 선생(1908년 2월 27일 머제스틱 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뉴욕총영사관이 입수한 기록은 한미 대학생취업인턴제(WEST)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금교혁 씨(26·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 졸업)가 엘리스아일랜드 재단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찾아낸 것이다. 금 씨는 이 재단에서 데이터베이스 정리작업을 하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2개월여 동안의 추적 끝에 이 기록을 발견했다.

뉴욕총영사관 측은 “이번 자료는 주요 독립운동가의 입국 시점과 선박명 등 구체적 기록이 처음 발견된 데다 미주 독립운동이 하와이나 서부지역뿐 아니라 동부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어 한인 이민사 및 독립운동사 연구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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