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산사 38곳 순례, 이렇게 6년은 더 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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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혜자 스님이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봉사정신을 상징하는 포대화상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다. 민병선 기자
혜자 스님이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봉사정신을 상징하는 포대화상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다. 민병선 기자
‘108산사 기도회’ 이끄는 서울 도선사 혜자 스님

혜자 스님은 바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기도하러 온 보살들을 위해 법문을 하고 잇달아 손님을 맞았다. 약속 시간을 30분 넘겨서야 서울 강북구 삼각산 도선사 종무소에서 이곳의 주지인 스님과 마주앉았다.

스님은 산사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인사를 끝내자마자 자신이 주도하는 ‘108산사(山寺) 순례기도회’ 3주년 이야기로 들어갔다. “사찰을 돌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며 ‘홍길동 기도회’라고 하더군요. 지난달로 38개 산사를 돌았을 뿐이죠. 108개 산사 다니려면 홍길동 노릇 6년은 더 해야죠.”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2006년 10월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시작으로 매달 전국의 사찰 한 곳을 찾아 108배를 드리고 참선을 한다. 초기에 수백 명에 불과했던 순례자가 지금은 6000여 명에 이른다. 수도권에서 출발한 버스 100여 대가 한꺼번에 움직이기도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화장실, 식당, 편의점은 마비된다.

순례자가 늘어난 이유를 물었다. 스님은 “산사를 싫어하는 도시인이 있느냐”며 “수행과 선행을 동시에 실천하는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답했다.

기도회는 사찰을 찾을 때 인근 부대 군인, 전·의경에게 ‘초코파이 보시’를 한다. 3년간 130만 개를 전했다.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도 연다. 사찰 입구와 경내는 시장이 된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농촌에 많은 결혼이민 여성을 위해 다문화가정 자매결연 사업도 벌인다. 최근에는 농촌을 지키며 노부모를 모시는 효자, 효부에게 상을 준다.

스님은 “108번 절하고, 108번 기도하고, 108번 선행하면 득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승인 청담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청담 스님은 미래의 불교가 산중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관념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불공, 방생을 강조했죠. 전 산사에만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청담 스님은 1950년대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총무원장을 지냈으며 불교 중흥에 앞장섰다.

스님은 3주년을 맞아 북한 사찰 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금강산 신계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남북관계만 풀리면 공양미 300섬 싣고 갈 겁니다. 북녘에도 부처의 자비로 무지개를 띄워야죠.”

기도회는 13, 14일 39번째로 충남 천안시 광덕사를 찾는다. 스님은 사전답사를 수차례 다녀왔다. “제가 일복이 많아요. 뭐든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려요.” 이야기를 마친 스님은 수능 기도를 지도하러 가기 위해 다시 가사와 장삼을 챙겼다. 스님은 바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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