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재 육성” KAIST에 1억 낸 ‘기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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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정승열 씨 형제-아버지-고모 등
2년 동안 꼬박 모은 돈 전달


KAIST 총장실에서 기부 후 기념촬영한 KAIST 구본제 감사, 정승열 씨, KAIST 서남표 총장, 정외현 씨, 정대영 씨, 김수현 KAIST 발전재단 상임이사(왼쪽부터). 사진 제공 KAIST
KAIST 총장실에서 기부 후 기념촬영한 KAIST 구본제 감사, 정승열 씨, KAIST 서남표 총장, 정외현 씨, 정대영 씨, 김수현 KAIST 발전재단 상임이사(왼쪽부터). 사진 제공 KAIST
2007년 가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정승열 씨(43·현대해상 강남제일영업소 대리점 대표) 집. 정 씨와 아버지 정대영 씨(71), 고모 정외현 씨(81)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회의가 열렸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기려면 과학이 발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외현 씨의 소망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일제강점기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했던 외현 씨는 조카들이 과학자가 되길 기대했지만 사업 등 다른 길로 가자 무척 아쉬워했다.

회의의 결론은 “그러면 가족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과학 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돈은 일단 각자 모은 뒤 한데 합치기로 했다. 넉넉한 편들은 아니어서 돈을 모으는 데 2년이 걸렸다. 정 씨는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를 찾아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데 써 달라”며 서남표 총장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

1만 원 및 5만 원권 현금으로 모아온 기부금 가운데 대영, 외현 씨가 3500만 원, 정 씨 및 파푸아뉴기니에서 사업을 하는 형 정승화 씨(45), 동생 정진화 씨(39) 등 3형제가 6500만 원을 냈다.

정 씨는 “오랫동안 모아온 기부금을 전달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기분도 좋아졌다”며 “작은 기부금이지만 이것이 밀알이 돼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서 구구단을 가르쳐준 고모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이 기부를 결심하고 얼마를 모아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등을 의논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기뻐했다.

서 총장은 “소중하게 모은 기부금인 만큼 과학발전을 위한 KAIST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값지게 쓰겠다”고 말했다. KAIST 관계자는 “이번 기부가 ‘가족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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