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6·25 참전… 손자는 육군대학 유학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터키 장교 代이은 한국사랑

“우리 할아버지예요.”

한국 육군대학에 유학 중인 터키 육군의 알리 야지지 중령(36)은 최근 수업 도중 6·25전쟁사 책인 ‘한국전쟁’ 11권에 실린 한 사진을 보고 감격에 겨워 이렇게 소리쳤다. 1951년 1월에 찍은 이 사진은 한 터키 장군이 터키 국기에 ‘우리는 항상 당신들과 함께 있다’고 쓴 터키 대학생들의 혈서를 들어 보이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야지지 중령의 할아버지인 고(故) 타흐신 야지지 준장.

야지지 준장은 1950년 9월부터 1951년 12월까지 터키군 1여단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터키군 1여단은 중공군의 대공세를 저지하고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1950년 11월 평양 이북의 군우리 전투와 1951년 1월 오산 인근의 금량장 전투 등에 참가했다. 터키군은 이 전투로 미국 대통령의 부대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터키군 4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71년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야지지 중령은 2006년 12월 터키 지상군사령관의 한국 방문 때 비서실장으로 처음 한국은 찾은 뒤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 한국 유학을 준비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올해 8월 육군대학 위탁교육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부인, 두 자녀와 함께 대전의 육군대학 인근의 작은 군인아파트에서 살며 공부하고 있다.

야지지 중령은 “할아버지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군의 전술과 문화를 열심히 배워 양국 군사교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7월까지 공부한 뒤 터키로 돌아갈 예정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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