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 김장봉사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14일 오전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를 찾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음성=민병선 기자
14일 오전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를 찾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음성=민병선 기자
회사원-군인-학생들 21일까지 7만 포기 자원봉사 릴레이

14일 오전 찬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 소속리산(小俗離山) 자락. 산 이름처럼 속세와 떨어져 살아가는 꽃동네 식구들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김장을 돕기 위한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포스코 직원 80여 명, 하이닉스 16명,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생 11명은 이날 6000여 포기의 김장을 담갔다. 이들은 사내, 학내 게시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꽃동네 김장 일손이 모자란다는 공고를 보고 찾아왔다. 전날엔 인근 부대 군인 40여 명이 1만6000m²의 무밭, 1만 m²의 파밭의 수확을 돕고 6000여 포기의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

음성 꽃동네에는 130여만 m² 터에 무의탁 심신장애우, 걸인, 버려진 아이들 등 2000명의 가족이 200여 명의 신부, 수녀, 봉사자들의 보살핌 속에 살고 있다. 식구가 많아 김장도 대규모다. 5일 시작한 김장은 21일까지 모두 7만 포기를 담근다. 예년에는 김장 기간에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줬지만 올해는 신종 플루 때문에 크게 줄었다고 한다.

쌀쌀한 날씨와 신종 플루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장을 담그는 현장에는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원봉사자들은 병원 침대를 개조해 만든 탁자 위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양념과 버무렸다. 서로 갓 버무린 배추를 찢어 입에 넣어주고 굳은 어깨를 주물러줬다.

아내와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포스코 직원 한태수 씨는 “신종 플루 걱정이야 마스크를 쓰면 그만”이라면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한국교원대에 재학 중인 원채윤 씨는 “천사들의 보금자리인 꽃동네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7만 포기 김장 가운데 오늘 200포기를 기여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장을 지휘하는 전시몬 수녀는 “김장을 도와주는 봉사자들은 좀 모자란 대로 일을 해갈 수 있겠지만 통상 겨울에는 봉사자가 줄어드는 것이 더 걱정”이라며 “신종 플루까지 겹쳐 올해는 더 힘든 겨울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꽃동네를 설립하고 이끌어온 오웅진 신부가 2003년 횡령 등 송사를 겪으며 100만 명에 이르던 후원회원은 50만 명으로 줄었다. 2007년 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후원 회원 수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 문의 043-879-0100∼3

음성=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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