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는 한국을 배우려는 학자와 학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려면 문학뿐 아니라 한국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번역서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시어도어 휴즈 한국학 교수(사진)는 1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학기 한국학 개론 강의를 듣고 있는 60명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비한국계 학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2002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한국학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수강생의 90%가 한국계 학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휴즈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 갤러리코리아에서 열린 뉴욕한국문화원 개원 30주년 기념 ‘뉴욕한국문화홍보 30년: 회고와 전망’ 심포지엄에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학 교수 중 한 명인 휴즈 교수는 2002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한국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강의를 하다 2004년 컬럼비아대로 옮겼다.
그는 한국학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한류’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의 신문, 방송에서 한국 문화를 다루는 기사 등이 많이 늘고 있는 점도 한국학의 인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인 또는 1.5세, 2세 한국인 배우들이 방송 인터뷰나 토크쇼에 나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휴즈 교수는 한국학 수강생 증가는 컬럼비아대만이 아니라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UCLA 등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늘고 있는 것도 미국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현재 동아시아학과 교수 12명 가운데 3명이 한국학을 담당하는 교수라고 전했다. 그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들의 동아시아학과는 일본, 중국 전공 교수가 거의 전부이고 한국학 전공 교수는 1명 또는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한 서적이 많아졌고 신간 서적이 번역서로 나오는 속도도 빨라졌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컬럼비아대가 한국학 관련 서적을 가장 많이 출판하는 대학이라고 전했다.
미국인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문학 번역서를 한 권 꼽으라고 하자 “채만식 선생의 1938년 작품인 ‘태평천하’를 번역한 ‘하늘 아래 평화(Peace Under Heaven)’를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더라”며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본 1920년대, 1930년대 한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연상하며 채만식 선생의 책을 읽는 듯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 역사,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번역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한국계 학생이 많아졌으니 앞으로 5∼10년 후에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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