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투병 중에도 강의실 지킨 제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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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별세

“이 제자 몹쓸 병마와 싸우느라 선생님께서 가시는 마지막 길을 지키지 못한 죄 매우 큽니다.”

성균관대 총동창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성균회보’ 8월 5일자(제359호)에 한 추모사가 실렸다. 간암으로 투병 중인 김일영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가 작고한 스승 장을병 전 총장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그 뒤 꼭 140일 만에 제자는 스승의 뒤를 따랐다.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김 교수는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치사 전문가로 보수적인 성향의 학술연구단체인 ‘뉴라이트싱크넷’의 상임집행위원이었던 김 교수는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었다.

평소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김 교수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충격은 컸다. 김 교수는 올해 초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2009학년도 1학기에도 학부와 대학원 수업을 계속했다. 병세가 악화된 2학기에도 홍천에 있는 요양원과 서울을 왕복하며 수업에 나섰다. 학생들에게 투병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는 듬성듬성 빠진 머리칼을 가리려 검은 중절모를 썼다. 하지만 악재가 겹쳤다. 7월 5일 그가 ‘하늘같이 모셨던’ 스승인 장 전 총장이 작고한 것. 김 교수는 요양 중이라 스승의 마지막도 지키지 못했다.

김 교수의 마지막 수업인 ‘남북한 관계론’을 수강한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생 전은지 씨(22·여)는 “수업 중에 몇 번을 뛰쳐나가 구토를 하시면서도 우리에게는 되레 ‘미안하다. 곧 나을 거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조인진 씨(48)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8시. 02-3410-6914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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