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의 남다른 모교 사랑이 12년 만에 열매를 맺었다. 고려대 상대 출신인 황병조 남성산업 회장(62)이 1984년 암으로 작고한 부친 황청하 씨(사망 당시 84세)가 유산으로 남긴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1만3200m²(약 4000평)의 임야를 고려대에 기부한 것은 1997년 5월이었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상과(16회) 출신으로 고려대 교우회 초대 상임이사를 지낸 부친이 “고려대를 위해 뜻 깊은 일에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긴 데 따른 기부였다.
▶본보 1997년 5월 23일자 33면 참조(사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 9월 황 회장은 고려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전에 기부한 임야가 SH공사가 시행하는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용지에 편입되면서 12억 원으로 현금화됐다는 것. 황 씨는 “10년도 넘은 일이라 사실 잊고 지냈는데 모교에서 먼저 연락을 해줬다”며 “현물로 남아 있을 때보다 좋은 일에 쓰일 수 있어 매우 기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려대는 황 회장에게 “부친의 호와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황 회장도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1997년 10월 ‘춘파(春波) 황청하 장학기금’이 설립됐다. 기금 원금은 보존하고 원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려대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기금 운영방침을 세웠다. 19일 고려대에서는 황청하 장학기금의 첫 수혜자 6명이 나왔다. 황 회장은 이날 장학금 수혜 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나중에 후배들에게 이런 장학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졸업한 뒤에도 사회생활을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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