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의 산증인이자 1세대 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 씨(사진)가 26일 밤(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웨스트우드 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인천 태생으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으며 1945년 인천시립미술관장을 시작으로 반세기 넘게 미술사와 비평, 미술행정 분야에서 활약한 한국 미술계의 큰어른이다. 1951년 피란지 부산에서 첫 평론 ‘우울한 오후의 생리’를 발표하며 이론이나 비평에 대한 인식이 없던 척박한 시절에 근현대미술사의 기초를 닦았다.
이화여대, 홍익대에서 후학을 지도했고 1981∼83년, 1986∼1992년 두 차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아 ‘영원한 미술관 맨’으로 불렸다. 미술평론가협회장과 제1회 광주비엔날레 심사위원장 등을 맡고, 1989년 재단을 설립해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석남미술상을 제정하며 한국 미술을 이끌어왔다.
노년에도 그림전을 열었고 늙어가는 쓸쓸함을 토로한 수필집 ‘망각의 화원’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곱게 늙는 방법으로 “자랑하지 말고 잔소리하지 말고 이제는 내 차례가 아님을 인정하고 욕심을 버리고 몸은 비록 늙었어도 정신은 늘 먼 데를 바라보는 낭만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2001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의존해 왔으며, 2006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가 외동딸 부부와 함께 살았다. 유족은 딸 은다 씨와 사위 박경호 씨가 있다. 장례는 28일(현지 시간) 치르며 유해는 화장 후 한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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