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가르침 따라 모친 장례식도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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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회고록

“우리 생명체 하나하나가 천백억 화신불로 모두 황금덩어리인데 똥덩어리처럼 살고 있습니다. 수행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 법전 스님(83·사진)이 최근 첫 회고록을 출간했다. 2003년 법문집을 출간한 적은 있지만 회고록은 처음이다. 법전 스님은 2007년 3월 종정으로 재추대됐다. 5년 임기의 종정은 원로회의에서 추대한다.

법전 스님은 ‘누구 없는가’(김영사)란 제목의 회고록에서 가족, 출가 과정, 성철 스님 등 선지식(善知識)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수행자와 일반인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법전 스님은 14세에 전남 장성군 백양사에서 출가했다. 10여 년 뒤 모친이 위독하다며 부친이 찾아왔다. 스님은 집으로 향하지 않았고 모친은 얼마 뒤 유명을 달리했다. 장례식에도 가지 않은 스님은 “당시에 ‘청상과부가 외아들이 벼락을 맞아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각오로 공부하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스승인 성철 스님과는 세수 23세에 처음 만났다. 약탕기를 걸망에 담아 출가할 만큼 병약했던 성철 스님이었지만 기상이 하늘을 찔렀다. 법전 스님은 “성격이 불같았던 성철 스님이었지만 매사에 민첩하고 꼼꼼했던 나에게는 한번도 꾸중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성철 스님은 요리 솜씨가 좋았던 법전 스님의 표고버섯죽을 특히 좋아했다.

스님은 수행자에게는 “자나 깨나 화두 하나로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자들에게는 “재물을 탐하는 것은 모래알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며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일갈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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