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은 시민들에게 청계천의 자연생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청계천 겨울생태학습 프로그램’을 5일부터 운영한다. 동행하는 생태해설가와 조류전문가에게 청계천 하류에서 서식하는 겨울 철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청계천 하류인 지하철 5호선 마장역 부근에서 발견된 조류들의 모습. ①청둥오리 ②황조롱이 ③괭이갈매기 ④논병아리. 변영욱 기자
“가까이 다가서지 말고, 이걸 들고 멀리서 보세요.”
청계천 생태해설사 정안희 씨(50·여)가 망원경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2교 부근 청계천에서는 한가로이 놀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정 씨는 “새가 놀라 날아갈 수 있다”며 숨을 죽이고 관찰했다.
오리들은 먹이를 찾으려 자맥질을 하다 몇 번 실패하고는 신경질 난다는 듯 날개로 물을 튀기며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곧이어 청둥오리 대여섯 마리와 논병아리 한 마리가 차례로 물 위에 내려앉았다. 논병아리는 자그마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연방 고개를 흔들어댔다. 무리를 지어 노닐던 청둥오리들 바로 옆으로 기다란 전철이 굉음을 내며 지나갔지만 이마저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유유히 움직였다. 정 씨는 “청계천에 이렇게 많은 철새가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청계천에서 발견된 조류들은 겨울마다 한반도를 찾는 철새다. 원래 서울에서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나 밤섬 등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 청계천 하류에 둥지를 트는 철새가 늘고 있다. 이날 내부순환로 교각 근처에서는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텃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노태성 서울시설공단 주임은 “청계천은 상류보다 하류 생태가 더 잘 복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물고기 한 마리 살기 힘들던 이곳이 철새들이 모여들 정도로 깨끗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6년 3월 동대문구 용두동 고산자교부터 중랑천과 합류하는 성동구 사근동 살곶이공원까지 36만1316m²(약 10만9300평·약 2km) 일대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복원 전인 2003년에는 6종에 불과하던 조류가 지난해 말에는 36종, 626마리가 청계천 하류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쇠오리, 고방오리 등 도심에서 보기 힘든 새도 발견됐다.
서울시설공단은 이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청계천의 자연생태를 널리 알리는 ‘청계천 겨울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5일부터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공단 홈페이지(www.sisul.co.kr)에서 할 수 있다. 정 씨 같은 생태해설사 63명이 동행하며 설명을 해준다. 철새관찰프로그램에는 조류 전문가가 직접 동행한다.
다만 철새를 관찰할 때는 자극적인 색깔의 옷은 피해야 한다. 강둑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도 금지되고, 가급적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노 주임은 “철새가 놀라 한 번 떠나면 다시는 청계천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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