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황조롱이… “청계천에 새 보러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철새 등 36종 626마리 서식 확인
서울시 생태학습 프로그램 운영

서울시설공단은 시민들에게 청계천의 자연생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청계천 겨울생태학습 프로그램’을 5일부터 운영한다. 동행하는 생태해설가와 조류전문가에게 청계천 하류에서 서식하는 겨울 철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청계천 하류인 지하철 5호선 마장역 부근에서 발견된 조류들의 모습. ①청둥오리 ②황조롱이 ③괭이갈매기 ④논병아리. 변영욱 기자
서울시설공단은 시민들에게 청계천의 자연생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청계천 겨울생태학습 프로그램’을 5일부터 운영한다. 동행하는 생태해설가와 조류전문가에게 청계천 하류에서 서식하는 겨울 철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청계천 하류인 지하철 5호선 마장역 부근에서 발견된 조류들의 모습. ①청둥오리 ②황조롱이 ③괭이갈매기 ④논병아리. 변영욱 기자
“가까이 다가서지 말고, 이걸 들고 멀리서 보세요.”

청계천 생태해설사 정안희 씨(50·여)가 망원경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2교 부근 청계천에서는 한가로이 놀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정 씨는 “새가 놀라 날아갈 수 있다”며 숨을 죽이고 관찰했다.

오리들은 먹이를 찾으려 자맥질을 하다 몇 번 실패하고는 신경질 난다는 듯 날개로 물을 튀기며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곧이어 청둥오리 대여섯 마리와 논병아리 한 마리가 차례로 물 위에 내려앉았다. 논병아리는 자그마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연방 고개를 흔들어댔다. 무리를 지어 노닐던 청둥오리들 바로 옆으로 기다란 전철이 굉음을 내며 지나갔지만 이마저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유유히 움직였다. 정 씨는 “청계천에 이렇게 많은 철새가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청계천에서 발견된 조류들은 겨울마다 한반도를 찾는 철새다. 원래 서울에서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나 밤섬 등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 청계천 하류에 둥지를 트는 철새가 늘고 있다. 이날 내부순환로 교각 근처에서는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텃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노태성 서울시설공단 주임은 “청계천은 상류보다 하류 생태가 더 잘 복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물고기 한 마리 살기 힘들던 이곳이 철새들이 모여들 정도로 깨끗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6년 3월 동대문구 용두동 고산자교부터 중랑천과 합류하는 성동구 사근동 살곶이공원까지 36만1316m²(약 10만9300평·약 2km) 일대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복원 전인 2003년에는 6종에 불과하던 조류가 지난해 말에는 36종, 626마리가 청계천 하류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쇠오리, 고방오리 등 도심에서 보기 힘든 새도 발견됐다.

서울시설공단은 이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청계천의 자연생태를 널리 알리는 ‘청계천 겨울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5일부터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공단 홈페이지(www.sisul.co.kr)에서 할 수 있다. 정 씨 같은 생태해설사 63명이 동행하며 설명을 해준다. 철새관찰프로그램에는 조류 전문가가 직접 동행한다.

다만 철새를 관찰할 때는 자극적인 색깔의 옷은 피해야 한다. 강둑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도 금지되고, 가급적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노 주임은 “철새가 놀라 한 번 떠나면 다시는 청계천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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