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한국 역사 속에서 인생의 고뇌와 어려움을 표현하는 비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은 세계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성을 가집니다.”
야마우치 후미타카(山內文登·사진) 국립대만대 음악학연구소 조리교수(한국의 조교수)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아리랑연합회가 주관하는 아리랑상(賞) 연구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4회를 맞은 이 상을 외국인이 받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아시아의 언어를 하나 배우고 싶다”며 한국어를 익혔다. 아리랑상 활동상 부문은 전은석 씨(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회원)가 받는다.
야마우치 교수는 일본 잡지 ‘국문학’ 2009년 2월호에 발표한 ‘아리랑에 맡긴 역사-특공과 혁명’으로 이 상을 받았다. 이 글에서 그는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 탁경현이 출격 전날 아리랑을 불렀다는 일화와 님 웨일스의 ‘아리랑’ 속 독립운동가 김산의 사연을 엮어 아리랑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조명했다. 이 글에서 그는 아리랑에 대해 “단지 하나의 노래라기보다 개개인의 인생의 의미를 부여한 노래이자 공동체 역사를 아우르는 화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연갑 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아리랑이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민족사와 관련된 현장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고 불려왔다는 점을 제3자의 시각에서 정확히 짚어낸 글”이라고 평가했다.
야마우치 교수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유학을 온 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음악사에 관심을 가졌다. 2005년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올해 논문 ‘일제시기 한국 녹음문화의 역사 민족지: 제국질서와 미시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야마우치 교수는 아리랑을 중국어로 부른 음반 ‘사연야곡(思戀夜曲)’을 11월 입수했다고 전했다. 1939년 발매된 이 음반에서 ‘아리랑’은 편곡과 개사를 거쳤지만 가락은 그대로 살아있다. 야마우치 교수는 “이 음반에서 보듯 아리랑은 중국, 대만, 일본에서 영토를 넘어 널리 불렸던 노래”라며 “앞으로 아리랑이 동아시아에서 전파, 수용되는 과정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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