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2일 서소문 시청사에서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와 문화예술교류 의향서를 체결하고 찌아찌아족의 성공적인 한글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 시장(왼쪽)과 찌아찌아족 학생 대표 삼실 군(왼쪽에서 두 번째), 비드리아나 양(오른쪽)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쓴 한글 글자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한 글 사 랑 해 요.’ 서툴고 투박한 글씨체였지만 알아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찌아찌아족인 비드리아나 양(16)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느리지만 차분하게 한글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아직까지는 낯선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 소녀가 ‘To 동아일보 한글 사랑해요 비드리아나’라는 짧은 문장을 완성하는 데는 5분가량 걸렸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州) 부퉁 섬 바우바우 시에 사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올해 8월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
비드리아나 양과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 시장 등 방문단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시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드리아나 양은 그동안 갈고닦은 한글 솜씨를 뽐냈다. 한글을 도입한 지 5개월여가 지난 현재 바우바우 시 카르야바루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중 75%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다. 비드리아나 양이 다니는 고교에선 일주일에 두 시간씩 한글과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드리아나 양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 간 문화예술 교류와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식’이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 글씨를 읽어 달라는 취재진의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여유 있게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왔습니다. 찌아찌아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던진 뒤 막힘없이 현수막의 한글을 읽어 내려갔다. 비드리아나 양과 함께 학생 대표로 내한한 삼실 군(16)도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 보여줬다. 아미룰 시장은 “한글은 듣는 대로 기록할 수 있어 학생들이 쉽게 익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한글뿐 아니라 한국 특유의 애국심과 민족주의도 본보기로 삼아 고국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비드리아나 양과 삼실 군이 동아일보 독자들을 위해 직접 한글로 ‘To 동아일보 한글 사랑해요’라는 문장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썼다. 이날 오후 방문단은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서울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한글 자모를 이용한 영상 게임을 즐기는 등 축제 속으로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광장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아미룰 시장은 “회사 간판이나 표지판 등에 한글 표기도 병행하는 등 시 차원에서 한글 보급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도 한글을 가르칠 교사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예술교류의향서 체결에 따라 서울시는 바우바우 시내에 ‘서울문화관’을 건립하는 등 한글 보급 및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및 인력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 서울시 국제 축제에 바우바우 시 예술단을 초청하는 등 문화예술 교류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 시장은 “문자를 공유한다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교류와 상호방문을 통해서 공감대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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