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열고 들어주니 고객 ‘불만제로’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철도 대상’ 받는 1급 시각장애인 코레일 황윤석 씨

코레일 민원업무 부문 ‘철도대상’ 수상자로 뽑힌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영업팀 황윤석 차장(1급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센서리더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코레일 민원업무 부문 ‘철도대상’ 수상자로 뽑힌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영업팀 황윤석 차장(1급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센서리더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수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친절한 세일즈맨 이상이다. 맑고 적극적인 전화 응대는 민원인의 불만까지 녹인다. 철도민원을 담당하는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영업팀 황윤석 차장은 그냥 보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1급 전맹이다. 그가 올해 철도인 중 민원업무 부문 ‘철도 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황 차장은 1984년 비장애인으로 코레일에 입사했다. 그러나 2001년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삶에 의욕을 잃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만도 했지만 더 악착같이 일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음성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센서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주로 민원업무를 맡았다. 열차 지연으로 인한 환불, 직원들의 불친절, 편의시설 개선 등 고객들의 불만과 애로, 건의사항을 주로 처리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객들의 불만도 그 앞에서는 사그라졌다. “민원인의 목소리에 정성껏 귀 기울이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다 보면 문제는 어느새 해결된다”는 게 그의 업무 비결이다. 이런 근무자세는 올해 9월 장애인 직장근로 부문 대통령상 수상자로 뽑힌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업무가 끝나면 볼링장에서 ‘핀’과 씨름한 지도 벌써 5년이 넘는다. 지난해 1월에는 부산시각장애인볼링협회 발족을 주도해 회장을 맡았고, 현재는 시각장애인 볼링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 주최 ‘2009 텐핀(TENPIN) 볼링대회’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황 차장은 “세상이 보이지 않아도 ‘스트라이크’란 힘찬 소리를 용기 삼아 당당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랑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게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31일 오후 3시 흰 지팡이를 짚고 대전 코레일 대강당에서 열리는 종무식에 참석해 상을 받는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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