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이웃사랑, 죽어 기부천사된 공무원

  • Array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퇴직금 중 1000만 원을 이웃돕기성금으로 내놓은 강점화 씨의 투병 당시 모습. 강 씨는 “건강을 회복하면 공무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사회봉사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강 씨의 유지를 존중해 퇴직금 일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퇴직금 중 1000만 원을 이웃돕기성금으로 내놓은 강점화 씨의 투병 당시 모습. 강 씨는 “건강을 회복하면 공무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사회봉사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강 씨의 유지를 존중해 퇴직금 일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평생 사회복지담당 강점화 씨
40세로 생 마감하며 퇴직금 내놔

지난해 12월 7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회에 한 여성이 10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들고 찾아왔다. 개인 기부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 담당 직원은 “연말정산용 소득공제를 받아라”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날 공동모금회를 찾은 강화영 씨(36)는 “언니 이름인 ‘강점화’ 명의로 해 달라”며 “언니는 이제 소득공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강 씨가 기부한 1000만 원은 언니인 고(故) 강점화 씨가 받은 마지막 퇴직금이었다.

평생 사회복지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이 사망하면서 받은 퇴직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 26일 4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인천 남동구 사회복지담당 강점화 씨가 자신의 퇴직금 중 1000만 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고 11일 밝혔다.

강 씨는 15년 동안 인천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다. 강 씨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안 것은 2008년 10월. 허리가 아픈 것을 항상 ‘디스크 탓’으로 돌리다가 정밀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됐다. 담낭과 난소에 퍼진 암세포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 오순덕 씨(63)는 “딸이 자기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만 열심히 나섰다”고 말했다. 동생 강 씨는 “사회복지기금 업무를 맡아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실제로 찾아보고 나서야 기금을 집행했다”며 “기금 집행을 끊어 노숙인들의 지원금을 빼앗아가던 폭력배들에게 협박받은 적도 있지만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라면 ‘바보’ 소리를 들을 만큼 고집스러웠다”고 말했다.

강 씨는 2009년 7월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 의사는 “말기 환자라 차라리 요양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그는 병석에서도 “몸이 나으면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고 가족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던 강 씨는 지난해 11월 26일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어머니 품에서 숨졌다. 유언도 남기지 못했다.

유족들은 강 씨의 그간 행적을 존중해 퇴직금 일부를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동생 강 씨는 “이 기부가 남아있는 가족이 이웃돕기를 좋아했던 언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했다. 공동모금회 측은 이 성금을 고인과 평소 인연이 깊었던 천주교 계열 보육원과 청소년 쉼터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