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이죠”
세계 최고 車디자이너 꿈
학생들에게 심어줘
기업자문-저술활동도 활발
“독자성 있는 우리의 디자인?…이봐, 채 부장. 이건 만족감이나 애국심 같은 감상적인 차원의 일이 아냐.”
“우리의 강점과 독자성을 살려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선진 메이커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야 합니다.”
소설 ‘꿈꾸는 프로메테우스’에서 최고급 승용차를 세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야심 찬 계획에 착수한 코리아모터스의 나민철 전무와 채승빈 부장이 나누는 대화다. 저자인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구상 교수(44)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디자인 소설인 이 책에서 채 부장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전하고 있다. 구 교수는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던 1994년 크레도스 초기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그 공로로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로 발령을 받았다. 발령 후 나온 크레도스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는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기아차 세피아를 1년, 스포티지를 1년 끌고 다녔지만 현지 주민들은 물론 자동차 디자이너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전시장이에요. 자동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죠. 지금은 현대·기아차가 일본 도요타처럼 성공한 기업으로 통해요. 일본과 품질 면에서는 대등하고 디자인 면에서는 1, 2년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구 교수는 “대학(서울대 미대)에 입학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더니 선배들이 한결같이 ‘그 분야는 일본의 장벽이 높다’며 시큰둥했으나 지금 자동차 3사의 디자인 분야 입사(10명 안팎)는 좁은 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 근무 당시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보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기업 자문과 저술 등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콘셉트 카 탄생에 기여했다. 또 ‘자동차디자인 핸드북’, ‘자동차디자인 100년’, ‘디자인인간공학개론’, ‘휴먼인터페이스 디자인개론’ 등 전공 서적만 9권을 저술했고 1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소개한 소설은 단순히 취미 차원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별짓 다 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소비자(일반인)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소신에서 소설을 썼다. 구 교수는 ‘별짓’을 한 번 더 할 생각이다. 나로호가 발사체라는 점에서 무기화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토대로 소설을 쓰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하드웨어 기술은 평준화 추세입니다. 오히려 디자인이 성공을 좌우하죠. 폴크스바겐 ‘뉴 비틀’은 기능에 비해 감성적으로 부족한 ‘골프’를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죠. 폴크스바겐은 같은 방식으로 ‘아우디TT’라는 전혀 다른 자동차도 탄생시켰어요.”
구 교수는 “우리 자동차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영국의 전통이나 독일의 기술력이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의 독자적인 가치관을 담은 고유의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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