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 이론계의 태두로 꼽히는 만당(晩堂) 이혜구 예술원 원로회원(사진)이 지난달 30일 낮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1세.
고인은 1909년 1월 10일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성제국대(현 서울대) 영문과 재학 시절 이왕직아악부에 드나들며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1932년 KBS의 전신인 경성방송국에 입사해 국악 방송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국악 연구를 시작했다. 광복 후 공보부 방송국장을 거쳐 1947년 서울대 음대 교수가 된 뒤엔 1963년 국악과를 신설해 초대 과장을 지내면서 당시까지 실기 위주였던 국악을 이론화해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음대 학장을 거쳐 1974년 정년퇴임한 후에는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객원교수, 한양대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그는 1954년 한국국악학회를 창립하고 국제민속음악학회(현 국제전통음악학회·ICTM) 한국 대회 유치, 아시아태평양민족음악학회(APSE) 활등 등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 이론 연구와 국제화에 앞장섰다. 저서로 ‘한국음악연구’ ‘국역 악학궤범’ ‘한국음악논고’ 등이 있으며 90세가 넘어서도 ‘한국음악이론’(2005년)을 내는 등 연구와 저술을 계속해 왔다. 타계 직전까지도 국악 역사와 이론을 집대성한 ‘한국음악사’를 집필 중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기영 여사와 영숙 창복(안과의사·재미) 영복(사업) 대복(전 창문여중 교장) 영혜 씨 등 3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3일 오전 8시. 오전 10시에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02-3410-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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