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경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던 17세의 북한 소녀는 출신 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이 소녀는 상실감에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4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북한국제도너콘퍼런스에서 축사 도중 이 북한 소녀 이야기를 꺼냈다.
“깜짝 놀랄 소식이 있습니다. 이애란 박사가 탈북 여성들을 도운 공로로 다음 달 미국 국무부가 매년 전 세계의 뛰어난 여성 지도자 10여 명에게 주는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상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 박사가 뽑혔습니다.”
이애란 박사(46)는 북한 당국이 출신 성분이 나쁜 이들에게도 이공계 대학 문호를 연 뒤 우여곡절 끝에 1985년 식품공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1997년 일가족 9명과 함께 탈북했다. 당시 남편은 오지 못했다. 한국에서 악착같이 공부해 석사학위를 딴 뒤 지난해 탈북 여성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박사학위(이화여대 식품영양학)까지 받은 그는 다음 달부터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이 박사는 수년 전부터 이혼을 했거나 자폐증 아이를 가진 탈북 여성의 재활을 도왔다. 지난해에는 ‘하나여성회’를 결성해 탈북 여성을 위한 리더십 교육을 했다. 현재는 탈북 여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탈북 대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해 왔고 지난해에는 기금 3000만 원을 조성해 탈북 청소년들에게 매달 학원비 10만 원을 지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이든 희망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10일에 상을 받는다고 들었다. 미 국무부가 탈북 여성에게까지 관심을 가져준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이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북한 전역에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자유세계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면 누구나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북한 주민들이 알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변하면 북한의 개방에도 도움이 되겠죠.”
이 박사는 스티븐스 대사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상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클린턴 장관의 이화여대 강연 때 클린턴 장관을 만났다. 지난달 방한한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도 만났다.
이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은 ‘1990년 전후 북한 주민의 식생활 양상 변화’를 주제로 한 연구다. 3월 경인여대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그는 이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