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첫 ‘보물섬’ 場 내달 13일 열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광주 무각사… 종교벽 허문 나눔장터

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4대 종교단체가 함께하는 광주지역 재활용장터 ‘보물섬’이 다음 달 13일 올해 첫 장(場)을 연다. ‘보물섬’은 무한소비 행태를 되돌아보고 조금 더 아끼고 나눠 쓰자는 뜻으로 시작한 일종의 생활문화운동. 광주 서구 상무신도심(옛 상무대) 무각사(주지 청학 스님) 주차장에서 지난해 3월 28일 첫 장이 열린 지 1년 만에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본보 2009년 5월 1일자 A20면 참조
광주 무각사, 호남도심 포교 모범사찰로 부상


그 후 지난해 마지막 장날이었던 12월 26일까지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명맥을 이어 왔다. 종교의 벽은 물론 세대를 뛰어넘어 ‘내겐 당장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생활의 지혜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마당으로 자리 잡았다. 매번 참가자들이 판매수익금의 10% 이상을 모아 마지막 장날에는 500여만 원을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등 40여 가구와 지역아동센터 등 단체 4곳에 기부하기도 했다. 장바닥 특유의 흥겨움에 덤으로 따라오는 이런 선행까지 보태져 이곳에는 늘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했다.

‘보물섬’은 프랑스 파리의 길상사 주지를 지내는 등 청학 스님이 오랜 외국생활 때 부럽게 여겨왔던 유럽 벼룩시장을 우리 식으로 발전시킨 것. 그는 “보물섬은 어려울 때 이웃을 돌아보자는 소박한 실천운동”이라며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때 지역 종교지도자들이 의기투합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초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희중 총대리주교와 원불교 김현 광주전남교구장, 무진교회 장관철 목사, 전주언 광주 서구청장 등을 잇달아 만나 이 운동을 제안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모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4대 종교단체에 지방자치단체까지 함께하는 상설 행사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 사업 실무를 맡은 무각사 김광란 기획실장은 “광주 한복판에 자리한 무각사는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열린 공간”이라며 “‘보물섬’이 닫힌 마음을 여는 소통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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