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신분 독립운동가 백초월 선생 1919년 진관사 숨긴 것으로 추정 한 맺힌 독립 염원 91년만에 빛봐
지난해 5월 26일. 불암사, 삼막사, 심원사와 함께 한양 근교 4대 사찰로 불리는 진관사의 칠성각(한국 토속 신인 칠성신을 모시는 전각)을 조사하기 위해 불단과 기둥을 분리하던 한 연구원이 누런 천 뭉치 하나를 발견한다. 몇 권의 책과 옛날 신문 등을 싸고 있던 이 천은 놀랍게도 태극기(사진)였다.
사찰에서 태극기가 발견되기는 처음. 왼쪽 윗부분이 약간 불에 타 사라지긴 했지만 가로 89cm, 세로 70cm로 현재 태극기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에 휘돌아치는 32cm 크기의 태극무늬도 선명했다. 4괘 중 ‘감(7)’과 ‘이(8)’ 위치가 서로 뒤바뀌어 있는 점은 독특했다.
태극기를 조사하던 연구원들을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것. 태극기가 감싸고 있던 자료도 태극기에 대한 내용이 담긴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같은 민족언론이나 친일행위를 하던 국민들을 엄중히 경고하는 ‘경고문’ 등이었다.
일장기 위에 덧칠할 정도로 한 맺힌, 독립의 염원을 담은 태극기를 사찰 깊숙이 숨겨야 했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서울역사박물관 박상빈 조사연구과장은 “진관사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백초월 선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878년에 태어나 14세 때 출가한 백 선생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국내와 임시정부를 오가던 항일 승려를 만나고 자금을 모아 제2의 3·1운동을 추진하는 등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박물관 측은 함께 발견된 신문 날짜를 참조할 때 백 선생이 태극기를 숨긴 때도 1919년 즈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5년 전 광복의 기쁨을 알지 못한 채 91년간 어둠 속에서 독립을 염원하던 태극기가 이제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독립운동의 생생한 역사를 증언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종로구 신문로 박물관 로비에서 ‘진관사 태극기전(展)’을 열고 태극기와 신문 등 사료를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입장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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