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내내 군용기로 하늘을 누볐지만 한 번도 진짜 ‘군 파일럿’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전사해도 관에 성조기를 덮어주지 않았고 복무를 끝내고 귀향할 때에도 버스비는 자기 돈으로 내야 했다.”
2차대전 때 여성 공군 파일럿(WASP)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던 미군 항공기 여성 조종사들이 65년 만에 전쟁 영웅으로 인정받았다. 미 의회는 10일 워싱턴을 찾은 200여 명의 할머니들에게 민간인 최고 영예인 ‘의회 금메달(Congressional Gold Medal)’을 수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제 대부분 80, 90대인 이들은 1942∼1944년 입었던 짙은 감색 군복을 차려입었고 그중 몇몇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준 벤트라는 할머니의 손에는 숨진 동료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전쟁 중에 38명이 전사했지만 모두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다른 군인들처럼 연금 혜택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관후보생처럼 억센 훈련을 받았고 임무는 남성 조종사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경우도 많았다. 전투 지역을 비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도움 없이는 전투병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훈련용 표적을 B-26 폭격기 뒤에 매달고 비행하면서 다른 폭격기들의 가상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응급환자 수송도 맡았다. 새로 지은 활주로의 정밀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비행도 맡았다. 그들은 1977년 오랫동안의 싸움 끝에 겨우 참전용사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날 의회를 찾은 로이스 내시 할머니(89)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기뻐했다. 디니 패리시 할머니(88)는 “그동안 우리는 2차대전과 미 공군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서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우리 모두는 WASP의 딸들이며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비행하는지를 가르쳤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WASP 조종사들의 자랑스러운 공로를 인정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당시 활약한 1000명의 여성 조종사 중 현재 약 300명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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