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랐다. 200번 넘게 마라톤 출발선에 서봤지만 21일 열린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는 평소와 달랐다. 김창선 씨(51)와 진재봉 씨(48)는 베테랑 마스터스 마라토너. 풀코스 완주만 김 씨는 117번, 진 씨는 170여 번에 이른다. 21일 마라톤이 두 사람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100번째 서브 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에 도전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진 씨는 며칠 동안 긴장감 때문에 잠을 설쳤다. 김 씨는 “이번 동아마라톤이 서브 스리 100회 대회”라고 여기저기 말한 터라 부담감이 컸다. 마침내 김 씨는 2시간44분57초, 진 씨는 2시간51분8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국내에서는 6, 7번째로 나온 기록이다.
22일 만난 두 사람은 “마음의 큰 짐을 덜어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은 좀 더 일찍 서브 스리 100회를 이룰 수 있었다. 지방 소규모 대회에서 진기록을 달성했다면 주최 측이 축하 행사도 열어주는 등 제대로 대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서브 스리 100회는 동아마라톤에서 달성하자’고 약속했다. 이왕이면 최고 권위를 가진 대회에서 평생 기억될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특히 진 씨는 동아마라톤에 애착이 강하다. 그는 2001년 동아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그는 한 번도 중도에 포기한 적이 없다.
지난해 풀코스를 각각 30회씩 완주한 이들에게도 서브 스리에 대한 느낌은 색다르다. 끊임없는 자기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 선수도 아닌데 적당히 뛰면 되지’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한 번 뛰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라톤을 하기 전후 그들의 인생은 달랐다. 진 씨는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1998년 직장을 잃었고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졌다. 그는 문득 왜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무작정 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결승선을 통과한 후 쓰러졌다. 진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역경을 헤쳐 나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라톤을 하며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기자가 두 사람을 만난 22일 하늘에선 많은 눈이 내렸다. 대회 전날인 20일에는 황사가 서울을 뒤덮었다. 신기하게도 21일만 맑았다. 김 씨는 “하늘이 기록 달성을 도와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3월 21일은 분명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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