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SI’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오늘 55번째 생일
1955년 35명으로 출발 지금은 석박사급 300여명거짓말탐지 세계 최고… 의자탐지기 자체 개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의자 거짓말탐지기의 모습. 의자에 부착된 각종 센서를 통해 근육 수축 및 이완 정도 등 피검사자의 생리 반응을 즉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006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의 한 프랑스인 집 냉동고에서 갓난아기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이 집에 살던 장루이 쿠르조 씨(43) 부부가 부모라고 결론지었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이들을 지목했다.
이 부부는 수사결과를 강하게 부인했다. 프랑스 수사 당국과 언론 역시 “한국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달 뒤 프랑스 수사 당국의 DNA 분석 결과도 국과수 감정 결과와 똑같았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투르 지방법원 재판부는 쌍둥이 아기를 낳은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 씨(43)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국과수의 증거분석능력이 인정받은 순간이다.
국과수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강호순의 범행 증거를 수집할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호순의 옷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분석한 DNA가 실종된 주부 김모 씨(48)의 DNA와 같다는 증거를 확보했던 것. 당시 국과수는 10억 분의 1g만 검출됐던 혈흔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이유리 양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용의자 김길태 씨(33)의 DNA가 일치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숭례문 방화사건 때는 용의자의 신발에서 숭례문 누각의 페인트를 검출했다.
한국판 ‘CSI(과학수사대)’, 국과수가 25일 55번째 생일을 맞는다. 국과수의 시초는 1909년 4월 대한제국 법무국 행형과에 설치된 지문계다. 광복 후 1948년 11월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가 설치됐고, 1955년 3월 25일 직원 35명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식 설립됐다. 현재 국과수는 석박사급 인력 300여 명이 매년 30여만 건의 사건을 감정하고 있다. 부산, 대전, 전남 장성, 강원 원주에는 분소도 설치됐다.
국과수는 55년 역사 동안 첨단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증거분석 노하우를 축적해 선진국 수준의 과학수사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거짓말탐지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과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의자거짓말탐지기는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존 거짓말탐지기와 달리 근육의 수축, 이완 정도를 분석해 거짓말 여부를 가린다. 동공의 움직임을 통해 거짓말을 가려내는 장치도 자체 개발했다. 국과수는 국가 간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비해 다수의 특허도 보유했다. 지난해에만 8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이달 현재 34개 항목에서 ‘국제공인실험실’ 인증을 획득해 외국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과수에서만 33년간 근무한 김윤회 안전사고 조사TF팀장(59)은 55년 국과수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천 냉동 창고 화재, 태안 유조선 기름유출 등 사고현장 수천 곳을 누빈 그는 “우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개소 55주년 기념식은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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