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해외 인턴들이 지난해 8월 베트남 현지에서 전통 모자 ‘논’을 쓰고 수수 모판에 흙을 담고 있다. 사진 제공 농촌진흥청
학교에서 실습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무더운 날씨에 토마토와 같은 과일은 아예 열매가 열리지 않았고 논과 밭에 물을 대기 위한 시설부터 마련해야 했다. 베트남에서 해외 농업인턴으로 활동한 나지은 씨(24·여)는 “처음에는 ‘과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현지 연구진과 함께 농사를 짓고 연구를 한 것은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차세대 글로벌 농업 인력 양성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파견한 해외 농업인턴 40여 명이 최근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베트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케냐, 파라과이, 브라질 등 6개국의 해외농업개발센터(KOPIA)에서 활동한 이들은 “힘들었지만 해외 농업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것과 현지 연구진과의 교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된 김동규 씨(28)는 매일 오전 6시에 현장에 나갔다. 그는 “재배장에 아무 시설이 없어 1500m²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직접 만들었다”며 “비닐하우스 건설을 마친 뒤에야 현지 작목 7개 품종과 한국에서 가져간 작목 6개 품종을 재배하고 비교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농업인턴들은 KOPIA 전문가들과 함께 현지의 농업 및 식문화 수집, 비교 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큰 포부를 안고 돌아왔다. 브라질에서 활동한 함선희 씨(25·여)는 “외국에서 보니 해외 자원 확보, 식량 자원화 문제 등이 피부로 느껴졌다”며 “농업기술을 전파하러 가서 ‘해외 농업 전문가’라는 꿈을 안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6개월 동안 활동하며 시야가 더 넓어졌다”며 “사실상 한국 농업은 포화상태지만, 외국의 토지에 국내의 기술을 접목해 농사를 지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해외 농업인턴들에 대한 국내외의 호응이 이어지자 농진청은 1월에 선발한 2기 인원을 80명으로 늘렸다. 농진청은 “해외 농업기관의 연수를 통해 국제농업 동향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글로벌 농업 청년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라며 “농업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이제는 원조하는 국가로 변모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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