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47·사진)가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로 ‘재외동포의 디아스포라’다.
윤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논문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다문화’를 이달 중 출간되는 한국학술협의회 ‘지식의지평’에 발표할 예정이다. 논지의 핵심은 ‘그동안 국내의 다문화 연구와 다문화 정책이 비(非)한국계 외국인에만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 동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윤 교수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90일 이상 장기체류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는 2009년 7월 현재 44만3000여 명. 장기체류 전체 외국인 110만6000여 명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노동 결혼 육아 주거 소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국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조선족 동포들이 빠진 상태에서 주로 동남아 등지에서 온 비한국계 외국인 이주민들의 적응과 사회통합에 대해서만 논의해 왔다”고 지적한다. 조선족 동포들을 한국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윤 교수는 우리 재외동포의 역사와 현재의 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둔다. 재외동포에 대한 연구는 한국사회의 건강한 다문화를 위해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170개국에 살고 있는 700만 명 재외동포는 오랫동안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상이한 문화 집단과 공존하는 방법 및 기술을 체득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이들의 경험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중국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의 과정을 겪으며 옌볜 조선족자치구를 일구고 거기서 민족문화와 한민족 정체성을 지켜낸 조선족 동포, 일본 식민의 과정과 온갖 차별을 딛고 일본 사회에서 뿌리를 내린 재일동포,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며 코리안 드림을 일궈낸 재미동포 등. 이들 디아스포라의 성공적인 경험을 한국 다문화사회의 교훈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어 지금 이 땅의 다문화 현실을 좀 더 넉넉하게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외국에서 이민자, 소수자로 살아가는 재외동포의 처지를 생각해 국내의 이주민에게 동등하게 대우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동포들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해주길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계 한국인이 어머니 나라와 아버지 나라의 문화유산을 자기계발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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