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남을 돕겠다는 거창한 마음도 없었다. 여느 때처럼 우편배달에 나섰다가 “어린 여자아이가 형편이 어려워 밥을 굶는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급식비를 보태준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기를 15년째. 처음엔 급식비만 지원했지만 아이들이 자라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교복과 가방도 사줬다. 넉넉지 않은 월급에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렇게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며 “가끔 아이들로부터 ‘감사하다’, ‘운전 조심하시라’는 편지와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의 기쁨은 정말 크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월급을 쪼개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는 부산 동래우체국 황성화 집배원(43) 이야기다.
지금까지 도와준 학생이 몇 명인지 묻는 질문에 황 집배원은 “맡고 있는 지역에 어려운 가정이 많아서 돕는 것뿐인데 숫자가 뭐가 중요하냐”며 “세어 본 적이 없어 모른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주변에 밥을 굶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가 지금까지 수십 명의 아이들을 도와줬다고 전한다. 고등학교 2학년 손녀와 함께 사는 한 할머니(77)는 “급식비를 지원해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에는 손녀가 고등학교 입학한다며 교복도 사주고, 얼마 전에는 신발도 사줬다”며 “황 집배원이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을 주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2명의 급식비를 대신 내주고 있다.
여기에 한 달에 두 번 관할구역인 부산 동래구 명장2동 경로당에서 목욕봉사도 하고 있다. 명절에는 식사도 대접한다. 이 같은 공로로 황 집배원은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1만7000여 명 집배원 중 최고의 집배원을 뽑는 ‘집배원 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에 선정됐다. 그는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난 어려운 분들께 할 수 있는 작은 정성을 드린 것”이라며 “내 조그만 정성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집배원 대상’에는 황 집배원 외에 김선호(광주우체국) 김기순 집배원(익산〃)이 금상을, 김종현(서울중랑〃) 은일(서울강동〃) 김동영 집배원(안동〃)이 은상을, 김정호(서울강남〃) 신준호(해운대〃) 강정규(대전유성〃) 김상수 집배원(제주한림〃)이 동상을 각각 받게 됐다. 시상식은 13일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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