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캐스린 비글로 감독(59)은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로 ‘아바타’를 제치고 작품상 감독상 등 6관왕을 거머쥐며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파견된 미군 폭발물 제거팀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의 활동을 그린 이 영화는 22일 국내 개봉한다. ‘블루 스틸’ ‘폭풍 속으로’ ‘K-19 위도우메이커’ 등 액션영화를 여럿 연출해 ‘여장부’로 불리는 비글로 감독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가 ‘허트 로커’를 촬영하면서 전쟁의 한복판에서 찾아낸 것은 폭탄에 앞서 ‘인간애(Humanity)’였다.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한 상황을 한 개인(EOD 팀장 제임스)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기 위해 무엇보다 인간애를 염두에 뒀어요. 이라크전쟁에 대한 정치적 시각을 떠나 어디선가 목숨 걸고 외로운 길을 걷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각본은 이라크 종군기자 출신 마크 볼이 썼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EOD라는 조직을 영화화하기 위해 비글로 감독은 직접 EOD 속으로 뛰어들었다. “포트 어윈(미 육군 파병 훈련소)과 쿠웨이트의 미군기지인 캠프 아리프잔에서 EOD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에 시달리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냉정하고 똑똑한 엘리트만 EOD에 들어갈 수 있더군요.”
바그다드에서는 안전 문제로 영화 촬영이 불가능해 요르단에서 촬영했다. 촬영 기간 내내 평균 43도나 되는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야 했지만 폭발 장면에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실제 폭발물을 터뜨렸을 정도로 깐깐하게 촬영했다.
“되도록 사실적으로 폭발 장면을 찍고 싶었어요. 관객들에게 군화를 신기고 험비(군용차량)에 태워 군인의 경험을 선사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관객을 또 한 명의 EOD 팀원으로 만드는 것. 그게 저의 몫이었죠.”
아카데미 최초로 여성으로서 감독상을 탄 소감과 전 남편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제치고 아카데미 주요 상을 휩쓴 기분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주로 액션과 스릴러 등 남성적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영화감독은 영화감독일 뿐이다. 성별이든 뭐든 두 갈래로 나뉜 렌즈로 보지 않으려 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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