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여,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남자 일 따로 여자 일 따로’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여성정책硏 남성학자 3명
김원홍 김영택 안상수 씨

“이론대로 생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집안일을 많이 합니다.” 2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회의실에 둘러앉은 남성 
학자들이 여성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홍 김영택 안상수 씨. 우경임 기자
“이론대로 생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집안일을 많이 합니다.” 2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회의실에 둘러앉은 남성 학자들이 여성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홍 김영택 안상수 씨. 우경임 기자
“남자들끼리 자주 뭉칩니다. 만나서 여자 이야기만 합니다.”

여성을 위한 연구를 하는 남성 학자들이 있다. 개원 27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남성 학자 1호 김원홍 연구위원(53)과 안상수 평등문화정책센터 센터장(47), 김영택 평등문화정책센터 연구위원(43) 등 3명이다. 이들을 21일 연구원에서 만났다.

입사 1호인 김원홍 연구위원은 1987년 아내와 같이 입사 시험을 봤다가 혼자만 합격했다. 당시 여성정책연의 청일점 남성 학자로 신문에도 등장했다. 김 위원은 “남성 동료가 늘어나니 술도 한잔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지난 변화를 설명했다. 김 위원은 지방선거 여성할당제를 법제화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여성정책연에 남성 학자가 늘어난 것은 2005년부터. 안 센터장과 김영택 연구위원은 “전략공천으로 들어왔다”며 웃었다. 여성할당제를 주장하는 여성정책연에 정작 남성 학자는 10%도 안 됐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남성 학자 영입을 시작해 지금은 전체 연구위원 44명 중 20%까지 늘었다.

여성 건강을 연구하는 김영택 연구위원은 “여성 건강을 연구하다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못하구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며 “여성의 수명이 더 길지만 만성질환자는 여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여성이 더 가난하고 아파도 남성보다 병원에 늦게 가기 때문이다.

성평등 척도를 개발한 안 센터장은 경북 의성군의 형제만 넷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물물을 긷고 부엌 청소를 했다. 안 센터장은 “자녀가 성평등적인 가치관을 가지려면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성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남자 일 따로, 여자 일 따로’라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하면 가정에 자리가 없는 아버지 세대처럼 살아서는 삶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안 센터장은 집에서 반찬 담당이고 간장, 된장 만드는 것도 시도하고 있다. 김영택 연구위원도 청소와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도맡아 한다. 안 센터장은 “이론을 실제 생활에 반영하려고 하는데도 집사람은 여전히 불만”이라며 웃었다. 여성에게 둘러싸여 일하는 것이 불편할 때는 없냐고 묻자 세 남자는 “여성을 연구하려면 여성과 가까운 데서 일하는 게 좋지 않냐”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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