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와 정자가 만나 아이가 태어난다는 식의 성교육은 이제 접어야 합니다. 성(性)에 무지한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기 때문에 낙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요?”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수킷 쿠 아시아태평양피임위원회(APCOC) 회장(사진)은 “한국의 성교육을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APCOC는 아태지역 12개국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만든 단체다. 이 단체는 10∼21세의 청소년이 제대로 피임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최근 교재를 만들었다. 이 교재는 12개국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다. 쿠 회장은 교재 활용법을 알리기 위해 내한한 것. 24일 서울대 임상의학연구소 대강당에서 청소년 성교육을 담당하는 국내 보건교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첫 강의가 열린다.
같은 10대라고 해도 12세와 19세가 궁금해하는 성은 다르다. 이 때문에 이 교재는 나이에 따라 3개의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저학년용은 만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남자 어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다고 말하는 것은 ○’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며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라는 식으로 예를 들었다. 10대 후반용에는 데이트 도중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요구했을 경우를 가정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종 피임약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도 곁들였다.
쿠 회장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낙태의사 고발’ 논쟁을 지켜보면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말했다. “성을 피해야 하는 것, 나쁜 것으로 가르치지 말아야 합니다. 성관계가 옳다, 그르다에 대한 가치 판단을 빼고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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