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한 군인이 두고간 돈 써 마음의 빚, 천안함에 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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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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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 도우미로 번 50만원 기탁

몽골 방송위원장-국영방송 사장 본사 방문  나란바타르 몽골 국영방송 MNB 사장(왼쪽)과 칠라자브 몽골 방송위원회 위원장 겸 몽골 작가회의 회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로 안국정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가운데)을 예방해 본사가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몽골 방송위원장-국영방송 사장 본사 방문 나란바타르 몽골 국영방송 MNB 사장(왼쪽)과 칠라자브 몽골 방송위원회 위원장 겸 몽골 작가회의 회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로 안국정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가운데)을 예방해 본사가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예전 그때 그 군인이 두고 간 돈을 쓴 게 지금도 마음에 걸려서….”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한 할머니(74)가 나타났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1만 원짜리 지폐 50장을 꺼내 “천안함 순직 장병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써 달라”며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할머니는 1975년 한 군인이 머물던 방의 이불 밑에서 1000원권 25장을 발견했다. 당시 하루 여관비가 50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 군인이 나중에 찾으러 올 거라 생각해 돈을 금고에 넣어뒀지만 군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나중에 오면 갚으면 되겠지’하는 생각에 그 돈을 생활비 등으로 다 써버렸다. 그러나 군인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고 46명의 장병이 안타깝게 순직하자 할머니는 그 군인을 떠올리고 이제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군인인 천안함 순직 장병들과 유가족들에게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어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어렵게 모은 돈은 50만 원. 그는 이 돈을 모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할머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에 “천안함 장병이나 유가족들과는 연고가 없지만 똑같은 군인”이라며 “비록 적은 액수지만 35년 전 만났던 군인에게 마음만은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언론에 절대로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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