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부평4동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마을(아이다마을)’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5개 언어로 짤막히 정리된 29개 문장이 벽에 걸려 있다. 다문화여성 300여 명이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친정처럼 드나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통을 돕기 위한 필수 ‘생활 언어’를 적어 놓은 것이다.
‘인천 여성의 전화’ 김성미경 회장(48)은 2008년부터 아이다마을 촌장도 겸하고 있다. “2003년부터 5년간 이주여성 상담을 하다 보니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한국인 남편과 싸우다 종종 듣는 ‘나가라’ 소리가 최대의 협박이었는데 하룻밤이라도 친정처럼 지낼 곳이 생기니 이주여성들이 정말 좋아하더군요.”
김성 회장은 이주여성을 위한 피난처이자 탁아소, 학교, 에너지 충전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 여성의 전화’ 후원자 200여 명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전세금을 빌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3명만 응답해왔다”며 “모자란 전세금과 시설비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지원해줘 아이다마을 문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다마을에는 탁아소 겸 어린이도서관인 ‘도담도담’, 재봉틀을 갖추고 홈패션 강의를 진행하는 ‘소담방’, 손수제작물(UCC)과 한국어 등 다양한 강좌가 이어지는 강의실 2개가 꾸며져 있다. 방마다 온돌시설을 깔고 큰 주방도 갖춰 다문화여성들이 언제든 자고 갈 수 있게 해두었다. 김성 회장은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3개국 자치조직 운영자에겐 아이다마을 열쇠를 주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한국어 강좌, 멘터링, 상담, 홈패션, 컴퓨터, 나라문화체험, 열린 심리극장, 중국어 및 베트남어 통·번역과정 등의 무료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다마을은 이제 재정 자립을 통한 ‘경제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 있어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추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홈패션 전문 연구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다문화 강사’ 과정을 거친 다문화여성들은 ‘나라문화체험반’ 강사나 통·번역사로 나서고 있지요.”
아이다마을은 6월 초 인천지역 6개 여성단체와 함께 ‘아시아여성축제’를 열 예정이다. www.aida-community.or.kr, 032-527-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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