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 못한다는 말, 내겐 안통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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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3급 채송이 양, 스키-스케이트 성과로 서울학생상

“졸업후 운동 못할까 걱정”

“제가 스키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다른 장애인 친구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적장애 3급인 채송이 양(19)은 정신지체를 딛고 스키와 스케이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3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서울학생상 ‘진취적 기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채 양은 1월에 개최된 제7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에서 여자 알파인스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월에는 한국스페셜동계올림픽에서 피겨 부문 1등상인 금상을 받았다. 채 양은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을 때를 생각하며 스케이트를 탔다”며 “많은 사람의 응원과 박수를 받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조성미 담임 교사는 “알파인은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회전하는 경기라 다치는 일이 많다”며 “고통을 잘 견디지 못하는 지적 장애아들은 하기 어려운데 송이는 승부욕이 강하고 참을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채 양이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빙상장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면서부터였다. 채 양은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젠 자신감이 생겨서 스케이트를 탈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웃었다.

채 양을 연습에 매진하게 한 또 다른 이유는 상금이었다. 교육비나 스케이트 강습비는 지원을 받지만 생활비나 교통비는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채 양은 “회전 연습을 하다가 넘어져 멍이 들기도 했지만 꾹 참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채 양의 가장 큰 걱정은 운동을 계속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일곱 살 때 장애인 시설인 동천의집에 맡겨진 뒤 현재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동천체험홈에 살고 있는 채 양에게 운동비용은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채 양은 “그래도 운동을 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장애인이라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일 열리는 서울학생상 시상식에서는 ‘희생·봉사정신’ ‘창의성 발현’ ‘진취적 기상’ ‘국위선양’ ‘명예거양’ 등 5개 분야에서 330명이 상을 받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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