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이(8)는 뒤통수가 예뻤다. “꼭 우리 큰아들 아기 때 뒤통수 같았어요. 우리 아들들이 대영이, 수영이 등 ‘영’자 돌림을 쓰는데 그것까지 같았죠.” 신언항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64·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명희 씨(60) 부부는 동영이를 안으며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어요. 부모들이 자기 자식한테 느끼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하고 밝게 웃었다.
동영이는 4년 전 신 씨 부부의 집으로 왔다. 부부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8년 전부터였다. 부인 김 씨가 2002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성로원아기집으로 처음 봉사활동을 갔던 날 4개월 된 동영이를 봤다. 28년 전 김 씨의 큰아들처럼 짱구머리를 가져 바로 자지 못하고 꼭 엎드려 자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봉사활동 갈 때마다 업고 재우고 밥을 먹이고 하자 동영이는 어느새 옹알이를 하며 김 씨를 “엄마”라고 불렀다. 김 씨는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집에 와 신 회장에게 동영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오늘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속상했어요” “잠이 들면 내가 가 버릴까 봐 그 어린 게 안 자려고 눈을 비벼요.” 1년쯤 지났을 즈음 신 씨도 아이가 궁금해졌다. 일요일에 시간을 내 시설을 찾았고 1년 4개월 된 동영이와 만났다. ‘왠지 모르게 예쁘고 정이 가는’ 동영이가 신 씨의 두 눈에 콕 박혔다. 그때부터 신 씨도 봉사활동을 나갔다. 2002∼2005년 복지부 차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등을 맡아 정신없이 바쁠 때였지만 신 씨를 “아빠, 아빠” 하며 따르는 동영이를 보기 위해 매주 빠지지 않고 시설을 찾았다.
입양 결정은 갑작스럽긴 했지만 자연스러웠다. 2005년 12월 허리를 다쳐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된 김 씨는 며칠간 시설에 가지 못하자 아이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김 씨는 남편에게 “아이를 데려와라. 통화라도 하게 해 달라”고 매일 졸랐다. 신 씨가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자 김 씨가 폭탄선언을 했다. “이제 동영이는 시설에 안 간다. 여기 쭉 있을 거다.” 큰아들(32)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어.”
2005년 12월 31일 동영이는 신 씨 부부의 셋째아들 ‘신동영’이 됐다. ‘2기 부모생활’에 들어간 신 씨 부부의 하루는 정신없이 바빠졌다. 김 씨는 “지난겨울 큰아들 결혼 준비를 해야 했는데 동영이의 방학 특별활동 때문에 거의 신경을 못 썼다”고 말했다. 환갑의 엄마는 요새 30대 주부들과 같이 초등학교 배식 도우미도 나가고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한다. 신 씨 부부는 “다시 젊어진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막내는 복덩이”라며 동영이를 꼭 안았다.
신 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것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냥 다른 부모들과 같이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7일 부부는 동영이가 쓴 카드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께. 엄마 아빠 사랑해요.’ 두 부부는 “부모의 행복이란 게 이런 것 아니겠어요” 하고 밝게 웃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오늘 어버이날… 유공자 176명 훈포장-표창
보건복지부는 8일 38회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자·장한 어버이 등 어버이날 유공자 176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 국민훈장 동백장은 당뇨·치매·뇌중풍에 걸린 노모를 31년간 봉양한 이효영 씨(65·서울 광진구)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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