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주권 지녀야 진정한 안보 국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신종 플루 1년… 백신 임상시험 주도 강진한 교수

“외국에서는 국가의 안보능력을 첫째 식량, 둘째 무기, 셋째 백신으로 평가하더군요. 앞으로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할 때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만이 국민 건강을 지켜낼 것입니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6·사진)는 백신주권론을 신봉하는 전도사다. 그가 백신주권론을 주창하는 것은 지난해 5월 2일 터진 신종 플루 사태와 2003∼2004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AI가 퍼질 때 식품의약품안전청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당시 AI가 급속히 퍼져 가는데도 백신을 전혀 생산하지 못했다. 그저 사람에게 옮기지 않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종 플루 때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신종 플루 발병 1년 전인 2008년 녹십자로부터 계절독감 백신 임상시험을 의뢰받았다. 임상이 끝나고 막 생산에 들어갈 무렵 신종 플루가 터졌다. 즉시 계절독감 백신 생산설비를 신종 플루 백신용으로 바꿨다.

“만약 계절독감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AI 때처럼 신종 플루에 무방비로 노출돼 외국의 백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을 겁니다.”

국내 신종 플루 확진환자는 75만 명. 사망자는 252명으로 치사율이 0.017%에 불과했다. 강 교수는 “전남 화순군의 백신 생산공장을 즉시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초중고교생 83%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며 “이들을 신종 플루에서 차단해 가족이나 지역사회로의 전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산 백신을 불신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강 교수는 10월 의료인 접종 당시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자 가장 먼저 백신을 맞았다.

강 교수는 국산 신종 플루 백신 접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 강 교수는 “국내 접종률이 63%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임상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며 “논문이 발표되면 국산 백신이 세계 의학계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주권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고도 했다. 강 교수는 “일본 후생성은 백신 생산업체에 연구비용, 이상반응 보상비용을 모두 지원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이 독감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백신을 생산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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