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국내 최초로 기부를 위해 출판을 기획한 동화작가, 그림작가, 출판사가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기부식이 열렸다. 동화작가 고정욱 씨(50)가 신간 동화 ‘희망을 주는 암 탐지견 삐삐’의 인세 전액(356만 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그림을 그린 최정인 작가(36)와 책을 펴낸 주니어김영사의 배수원 주간(44)이 정성을 보탰다. 최 작가는 200만 원을, 출판사는 판매되는 책 한 권에 500원씩 초판 5000부에 대한 출판수익 25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이날 비영리공익법인인 푸르메재단에 총 806만 원을 전달했다. 독자가 앞으로 책을 사서 읽으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 금액은 푸르메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쓰인다.
한 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온 고 작가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밝은 표정으로 기부식에 참석해 최 작가와 함께 20여 권의 책에 일일이 사인을 했다. 이번 신간 동화를 직접 기획한 그는 2004년 MBC 느낌표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 자신의 작품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선정됐을 때도 인세 등 자비(自費)로 1억 원을 지방의 ‘기적의 도서관’ 건립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연이은 기부에 대해 고 작가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내 몫의 역할을 조금 한 것뿐”이라며 “출판뿐 아니라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도 기부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주간도 “기부동화 출간을 계기로 어린이들이 장애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기부의 가치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씨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로 등단해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여러 편 낸 유명 동화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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