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캐머런 “기술 혁신에만 치우쳐 창의력 압도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영화 ‘아바타’ 제임스 캐머런 감독 첫 방한

처음 한국을 찾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를 적극 개발하고 있고, 한국인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한국이 3D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처음 한국을 찾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를 적극 개발하고 있고, 한국인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한국이 3D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신기술 습득 빠른 한국 3D 시장 견인차 기대”

“3차원(3D) 기술은 극적인 장면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하고 지루한 콘텐츠도 흥미롭게 바꿔줍니다. 3D 기술이 모든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3D 입체 실사(實寫)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56)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캐머런 감독은 1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참가해 ‘상상력과 기술의 신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바타는 지난해 12월 17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한 뒤 현재까지 27억1800만 달러(약 3조713억 원)의 극장 입장료 수입을 거둬 세계 흥행수입 신기록을 경신했고 한국에선 13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관객 수 1위에 올랐다. 캐머런 감독은 외계 해양 생태계를 배경으로 한 ‘아바타 2’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3D 시장이 커지려면 콘텐츠의 품질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조악한 3D 영상 때문에 두통이나 눈의 피로를 느낀 소비자는 3D 영상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타이탄’을 거론하며 “8주 만에 2차원(2D) 영화를 3D로 전환하겠다는 바보 같은 결정으로 좋지 못한 작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영화를 2D로 찍은 뒤 3D로 전환하는 방식(컨버팅)에 대해서도 캐머런 감독은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죠스’ ‘터미네이터’ 등 과거의 명작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00만 달러(약 136억 원)를 들여 자신의 작품 ‘타이타닉’(1997년)을 3D로 변환할 예정이다. “2D 영상을 3D 영상으로 바꿔 주는 마술 상자는 없다. 3D TV가 보급되면 모든 방송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컨버팅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아예 처음부터 3D로 촬영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언제나 첨단 기술을 주시하는 감독으로 꼽히지만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기술 혁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기술 혁신에만 치우쳐 창의력을 압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최근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강 댐 건설에 반대해 아마존 원주민 족장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인 캐머런 감독은 “지구온난화, 삼림황폐화 등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데 에너지를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다섯 번째 아내인 영화배우 수지 에이미스 씨(48)와 함께 방한한 캐머런 감독은 이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성필문 스테레오픽쳐스 회장 등을 만난 뒤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들러 3D TV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14일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및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