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베푸는 마음 배워 고마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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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서울 등양초-가락중 교직원들 십시일반 모아 ‘장학회’

2월 10일 서울 강서구 등양초교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서 박현범 군(가운데) 등 졸업생 10명이 ‘등양 교직원 장학회’ 장학금을 받고 있다. 2007년 결성된 장학회는 올해부터 전 교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등양초
2월 10일 서울 강서구 등양초교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식에서 박현범 군(가운데) 등 졸업생 10명이 ‘등양 교직원 장학회’ 장학금을 받고 있다. 2007년 결성된 장학회는 올해부터 전 교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등양초

“선생님들께서 사주신 교복, 가방, 학용품으로 중학교 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서울 등명중 1학년 박현범 군(13)은 13일 모교 등양초교 6학년 담임 손세연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14일에는 편지를 들고 30명의 교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갈 예정이다.

현범이 아버지는 4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홀로 삼형제를 책임지는 형편에 중학교 입학 준비가 걱정됐지만 현범이는 선생님들이 주신 장학금으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현범이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뜻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등양초교는 2007년 11월부터 ‘교직원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580명) 중 3분의 1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졸업 후 새 교복과 가방조차 못 사는 학생이 많았다. 이를 안타까워한 이명숙 교장(59·여)과 교직원 18명이 장학회를 시작했고 이제는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교직원들은 매달 5000원에서 3만 원까지 자유롭게 장학금을 낸다. 지금까지 현범이를 포함해 22명이 장학금 20만 원씩을 받았다.

이 교장은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한테 우리 손으로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아이들도 베푸는 마음을 배운 게 제일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100원의 기적 저금통’을 채워 굿네이버스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이모 군(16)은 올 2월 서울 가락중을 졸업하면서 선생님들께 보청기 지원금을 받았다. 이 군은 난청이 심해 교실 맨 앞줄에 앉아서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70만 원짜리 보청기 하나에 이 군은 세상을 향한 귀를 열게 됐다.

2007년 시작한 서울 가락중 ‘교직원 장학회’는 차상위 가정 학생들에게 1년에 두 차례 장학금을 준다. 지금까지 학생 72명이 850여만 원을 받았다. 급식비가 밀려 밥을 못 먹거나 수련회비가 없어 수련회에 못 가는 학생은 이 학교에 없다. 나머지 장학금은 학생 형편에 따라 지급한다.

이 학교 홍영애 상담복지부장(55·여)은 “제자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희망을 주고 더불어 사는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십시일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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