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인 부산 경남여고에 평생 모은 재산 1억 원가량을 금으로 바꿔 기탁한 노덕춘 할머니. 윤희각 기자
10일 오전 부산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 교장실로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경남여고 25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노덕춘 할머니(76)는 조갑룡 교장에게 작은 주머니 4개를 건넸다. 그 속에는 ‘골드바’로 부르는 금덩이 4개가 있었다. 4개를 합친 무게는 2175g(580돈쭝)으로 시가로는 1억 원 상당이었다. 노 할머니는 “저처럼 몸이 아프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학교발전기금 기탁서에 “부정맥이 있는 학생들을 도와 달라. 또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 달라”고 적은 뒤 서울로 떠났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노 할머니는 지병인 부정맥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20여 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부터 혼자 살고 있다. 몸이 불편해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가끔 노점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노점을 못할 처지가 되면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45만 원으로 생활을 해왔다. 이렇게 수십 년간 모은 전 재산 1억 원가량을 금으로 바꿔 이날 모교에 기탁한 것. 살고 있는 곳이 재개발지역이어서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할머니는 “재산을 후배들에게 건네는 게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장학금을 전달할 학생이 생기면 연락드리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내가 할 일은 이제 끝났다. 연락하지 마라. 이제 짐을 벗었다”며 학교를 떠났다.
조 교장은 “할머니가 경남여고 졸업생이라는 데 자부심이 컸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평생 모은 거액을 후배에게 내놓은 할머니의 모교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조만간 사용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할머니는 천안함 유족에게도 성금 75만 원을 기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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