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별세한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은 86년 역사의 장수기업 삼양그룹을 62년간 이끌어왔다. 삼양사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회장의 7남 6녀 중 3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중용(中庸)을 실천한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김 명예회장은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산업보국(産業報國)’을 근간으로 기업경영을 해왔다. 고인은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가 화두였던 1950년대에 제당업에 진출해 ‘삼양설탕(현재 큐원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입는 문제’가 부상했던 1960년대에는 전북 전주시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건설해 화학섬유사업을 제당사업과 함께 회사 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았다. 1980년대에는 전분당 전문기업인 삼양제넥스를 비롯해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 등을 잇달아 설립했으며 사료, 기계, 제분, 정보기술(IT)로 사업영역을 넓혀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키웠다. 항상 내실을 중시했던 고인의 경영능력은 회사가 1997년 외환위기를 큰 어려움 없이 벗어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서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1999년)에서 “내 인생의 대부분은 삼양사와 함께해왔다. 젊은 날부터 나는 삼양사 사람이었고 회사일을 빼놓고서는 다른 생활이 없는 듯싶을 만큼 생각된다”며 회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겸손이 몸에 배어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등 다정다감한 성품의 그는 최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 왔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장남(김윤 삼양사 회장)이 LG그룹의 반도상사에 2년간 근무한 일이 있는데 내게 전혀 귀띔해주지 않았다”며 “훗날 그 사실을 알고 좀 서운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김 명예회장의 세심한 배려를 느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동생인 김상하 그룹 회장과 함께 회사를 키워 온 형제간의 우애도 재계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화학섬유 분야에서 신기술 개발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1986년)을 받았으며 ‘한국의 경영자상’(1989년), 유일한상(2001년)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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