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씨-봉두완 前의원 등 후원회 결성 40돌 작은 모임
“어려울 때 선진국 도움받아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할 때”
24일 경기 의왕시 오전동 모락산 자락 한센병 환우 요양원인 성 라자로 마을에 손님 7명이 찾아왔다. 후원 모임인 ‘라자로 돕기회’의 회원들이 요양원의 설립 60주년(6월 2일)과 후원회 결성 40주년을 맞아 조촐한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 자리에는 소설가 박완서 씨, 봉두완 전 국회의원,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 유동수 전 서울대 치대 교수, 정형근 유럽돕기회장, 김태운 전 파라다이스골프클럽 사장, 김혜덕 윈제과 사장이 참석했다. 성 라자로 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참석자들은 후원회 활동을 추억하고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먼저 초대, 7대 원장을 지냈으며 요양원의 기틀을 닦은 고 이경재 신부를 회고했다. 1970년 후원회 초대 발기인인 김태운 전 사장은 “이 신부는 환우들을 위한 일이라면 밤낮없이 전화해 도와 달라고 했다”며 “당시 이곳은 산자락에 군데군데 움막이 있던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지금 시설을 보니 감개무량할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후원회에 참여한 지 20년밖에 안 돼 여기 계신 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며 “가끔 들러 환우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오히려 따뜻하게 대해줘 거부감 없이 어울렸다”고 말했다.
16년간 후원회장을 지낸 봉두완 전 의원은 “이 신부가 언론인이었던 나를 하나님의 ‘입’으로 생각해 열심히 활용하신 것 같다”며 웃었다.
현 후원회장인 이종덕 사장은 “1971년 육영수 여사가 방문해 환우들과 거리낌 없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그동안 환우들을 꺼린 나 자신을 반성했다”고 회고했다.
요양원은 1950년 6월 2일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조지 캐럴 신부가 환우 70여 명을 이끌고 이곳에 정착하면서 문을 열었다. 당시 사람들이 문둥병이라며 접촉을 꺼리던 환우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현재 요양원은 병원, 숙소, 성당 등 20여 개의 시설을 갖췄으며 환우 60여 명이 국내외 1만2000명 후원회원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후원회는 앞으로 해외 한센병 환우들을 돕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정형근 유럽돕기회장은 “요양원이 어려울 때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큰 도움을 줬다”며 “동남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한 해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라고 말했다. 조욱현 요양원 원장 신부도 “이제 우리나라에는 한센병 환자가 많지 않고 치료가 어렵지 않다”며 “성 라자로 마을을 전 세계 환우를 돕는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요양원은 6월 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설립 60주년 자선음악회를 연다. 031-452-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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